“가입 심사부터 보험사기 적발까지” 진화 거듭하는 보험 AI... 보완점은?

2024-07-01

보험업계, AI 활용 전 업무과정서 효율성·고객 편의성 확대

물리적 망분리 규제 해결돼야 생성형 AI 활용↑

불완전판매 등 고객 피해 발생 가능성 있어 당국 선제적 가이드라인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보험업계가 언더라이팅(보험가입 심사)부터 보험사기 적발까지 업무 전 영역에서 AI(인공지능) 활용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AI 활용 범위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물리적 망분리 규제 해결과 불완전판매 등의 피해를 방지할 관계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AI 음성봇을 활용한 납입최고(납입독촉) 활동이 가능하다는 비조치의견서를 회신했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사가 하려는 행위에 대해 향후 제재 등 조치를 취할지 등의 의견을 담은 문서다. 금감원장이 해당 행위가 법령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회신하는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사후 회신 내용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즉, 금감원의 이번 비조치의견서 회신에 따라 각 보험사는 AI 음성봇을 활용해 납입 연체가 발생한 보험계약자에게 독촉 활동을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는 보험료 납입 독촉에 서면, 전화, 전자문서 등이 활용된다.

이처럼 보험업계의 AI 활용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각 보험사가 업무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일제히 AI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향후 국내 산업 부문별 생성형 AI의 업무 활용 영향도를 전망한 결과, 금융·보험업이 10.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례로,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8일 업계 최초로 자체 AI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보험 심사 과정을 100% 자동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롯데손보가 지난해부터 가동한 ‘장기 인공지능 보험인수 시스템’(AUS)은 가입자의 특성과 질병력을 바탕으로 가입 가능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AUS를 통해 100% 자동심사가 진행 중인 운전자보험의 인수거절율은 지난해 8월 이후 0%를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기반 보험사기(허위·과다입원) 유의자 발굴 모듈'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AI 기술을 활용해 약 200여 명의 보험 사기 사례 데이터를 분석해 유형별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수 등을 고려해 보험금 청구자의 사기 유사도를 측정하고 유의자를 발굴한다. 미래에셋생명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배테랑 SIU(보험사기특별조사팀)를 배치한 것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시스템 도입 후 총 500여명의 관리 대상자를 찾을 수 있었고, 재검증을 통해 약 40여명의 추가 관리 대상자를 선별했다"며 "분기마다 실시하는 재검증을 통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추가 대상자 발굴 및 관리를 AI 기술을 통해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보험 AI 발전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목소리 역시 높다. 지난 18일 대한상의가 금융지주·은행·증권·보험 등 116개 금융사의 IT 직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AI 활용현황과 정책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7%가 '규제로 인한 활용제한'으로 AI 도입·활용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규제로는 '물리적 망분리 규제'가 꼽힌다. '물리적 망분리'는 인터넷과 금융사 내부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 대의 컴퓨터에는 인터넷만을, 또 한 대의 컴퓨터에는 내부망만을 연결해 따로따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금융소비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 2013년 도입됐다.

문제는 외부망과 분리된 금융사 내부 시스템으로는 타사 생성형 AI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외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기술 활용 및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보안 수준에 따라 한 대의 컴퓨터에서 내부망과 외부망을 가상화로 분리해 연결하는 '논리적 망분리'를 허용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망분리 규제를 피하려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며 "연구개발 목적 등에 한해 우선적으로 망분리 적용 예외사유를 인정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반면, 보험 AI로 인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진다.

불완전판매,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등 보험 AI에 의한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의 책임 문제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 영업행위 규제가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마련돼 있는 만큼, 향후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에 이를 경우 영업행위 규제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보험 전문가는 "보험사가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제 수단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며, "최근의 AI 산업 변화 동향 및 보험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규제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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