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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일보 】 최근 대통령실은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증가했다며 "저출생 반전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8천300명(3.6%) 증가했고, 합계출산율도 0.72명에서 0.75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정부는 부모급여 신설, 신혼부부 주택 지원, 육아휴직 확대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하고 있지만 정말 출산 환경이 개선된 걸까? 결혼과 육아를 둘러싼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숫자 변화를 두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출생아 수가 늘었지만 결혼과 육아 환경은 그대로이고 숫자 상승의 이면을 살펴보면 정부 정책 외적인 구조적 요인들도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 증가만으로 저출생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반등은 정부 정책보다는 30대 초반 인구 증가와 팬데믹 이후 결혼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2차 에코붐 세대'가 결혼·출산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이고, 코로나로 미뤄졌던 결혼이 몰리면서 일시적인 출산 증가가 나타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인구구조적·일시적 요인들이 사라지면 출산율 상승세도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첫째아 출생아 수는 14만6천100명으로 5.6% 증가한 반면, 셋째아 이상 출생아 수는 오히려 5.7% 감소했다.
그 결과 전체 출생아 중 첫째아이 비중은 61.3%로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셋째아이 이상 비중은 6.8%로 1991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그쳤다. 이는 여전히 다자녀 출산은 극히 드물고 출산 증가분도 주로 늦어진 첫아이를 본 가정이 많았다는 뜻으로 단순한 출생 통계의 반등 뒤에 숨어있는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하며, 정부 정책의 성과라기보다 인구구성 변화와 사회적 흐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출산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숫자 상승보다 결혼과 육아를 둘러싼 환경 개선이 더 중요하다.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인은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출산 가구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신혼부부 대상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여전히 높은 집값과 양육 부담이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
육아휴직을 확대한다하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일수록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환경이다. 사업장 인력 여건상 대체인력을 두기 어려워 업무 공백을 메우기 힘들거나, 휴직을 쓰면 복귀 후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되는 분위기가 아직 크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 출산가구 지원제도를 마련했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지원 제도가 없어 너무 막막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확대한다. 난임 부부 지원, 육아휴직 확대, 아이돌봄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지만, 출산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현실적인 지원'이다. 결혼과 육아가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변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혼과 육아를 둘러싼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번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출생률 반등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출산을 망설이게 만드는 현실을 바꾸려는 실질적인 노력이다.
저출생 극복의 핵심은 단순히 출생아 수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맞춰야 한다. 이번 출생률 반등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이를 꾸준한 추세로 정착시키려면 보다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출생아 수만을 기준으로 저출산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실질적인 육아 환경의 변화가 반영된 다양한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증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증가,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가구 수 증가 등이다.
이러한 지표들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부모들이 체감하는 육아 부담이 줄어들 때 비로소 ‘출생률’이라는 지표도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올라갈 것이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육아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해 나갈 때 청년들도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이번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인구 구조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책 입안자들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숫자가 아닌 육아 환경의 실질적인 변화가 가장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원규희 도도한콜라보(주) 대표
맞춤형 청년정책 플랫폼 '열고닫기' 서비스 운영 (2019~)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청년마당 1기 청년위원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문화유공 장관 표창(도도한콜라보) (2023)
중소벤처기업부 2030 자문단 (2023~)
영등포구 청년정책위원 (2023~)
국토교통부 온라인 정책홍보 자문위원(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