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oT로 빚은 ‘지능형 홈’, 일상 속 초연결 경험 ‘혁신’

2024-09-27

ICT 발전에 지능형 홈 ‘부상’

매터 표준 정립, 호환성 개선

생성형 AI, 개인화 경험 제공

가전제품에 AI·IoT 내장 확대

로봇 집사, 가전·설비 자율 조작

방범·보안 강화해 안전성 확보

정부, 지능형 홈 확산 추진

“정보통신공사 품질 시공으로

홈네트워크 고도화해야” 목소리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원격제어, 자동화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서비스를 주거환경에 적용하는 지능형 홈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진일보한 인공지능(AI)과 융합하며 고수준의 원격·자동제어를 가능케 하고, 보안과 에너지 절약 면에서도 한층 개선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소비자 가전 기업들은 AI와 연결성을 갖춘 제품·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율성·연결성 향상, 지능형 홈에 ‘날개’

지능형 홈은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전자식 출입문 개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같은 보안설비에 AI,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첨단 ICT를 접목함으로써 편의 향상, 보안 강화, 에너지 절약 등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ICT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고, 맞벌이·고령·1인가구 증가로 주거환경 개선 수요가 늘면서 지능형 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지능형 홈 시장 규모는 약 1348억달러(한화 약 179조원)다. 이는 2017년 394억달러(한화 약 52조원) 대비 3.4배 성장한 것이다.

전 세계 지능형 홈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지속 성장해 2028년에는 2316억달러(한화 약 30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능형 홈에 앞서 가정 내 PC, 월패드 등 각종 기기를 근거리 통신망(LAN)을 통해 물리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데이터를 공유, 작업의 편의를 꾀한 스마트홈 서비스가 공급된 바 있다. 다만 기축 주택에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홈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정보통신설비를 확충하는 시공 소요가 필요한 관계로, 대체로 신축 주택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졌다.

관련 표준과 법제의 미비로 서로 다른 업체·제품 간 연동·호환성이 확보되지 못한 탓에 유지보수·관리상 어려움 또한 상당했다. 일부 홈네트워크 설비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설비를 손봐야 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한계와 어려움은 지능형 홈 연결 표준이 마련되면서 극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능형 홈 기기 등의 무선 연결 표준을 개발·표준화하는 스마트홈 국제표준단체(CSA)는 구글, 아마존 등과 협업해 지난 2019년 12월 지능형 홈 연결 표준인 ‘매터(Matter)’를 발표했다.

매터는 다양한 지능형 홈 구성 기기를 단일 플랫폼으로 연결해 생태계 개방성을 확보했다. 이로써 서로 다른 제조사 간에도 연동과 호환이 가능하게 됐다.

아울러, 생성형 AI 등 혁신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지능형 홈 제품에 AI가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 AI가 내장된 지능형 홈 서비스는 사용자 수면 패턴, 실내·외 기상·공기질, 반려 동·식물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로 축적한다. 이후 이를 분석·학습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하거나, 자율 제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지능형 홈은 과거 월패드 또는 AI 스피커 같은 수단으로 한정된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조명, 출입문 등 다양한 설비를 단일 표준으로 연결하고 AI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해 활용도가 한층 개선됐다. 이에 주거환경의 자동화·지능화 추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능형 홈은 단순히 잠들기 전에 월패드 또는 AI 스피커로 모든 조명을 한꺼번에 켜고 끄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가 취침 직전 “잘자”라고 음성발화로 명령하면 출입문은 잠기고 조명은 꺼지거나 저조도로 변환되며 창문 블라인드는 내려가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전업계, 지능형 홈 시장 선점 ‘각축전’

국내외 가전업계는 IoT에 AI까지 더한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지능형 홈 시장 내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현지 시각으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는 이 같은 업계 동향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특히 국내 양대 가전제품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LG전자는 일상 언어로 대화하면 생성형 AI가 사용자의 요구사항과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가전제품을 스스로 제어하는 AI홈 허브 ‘씽큐 온(ThinQ ON)’을 공개했다.

씽큐 온은 AI 에이전트 ‘퓨론(FURON)’을 탑재하고 있다. 퓨론은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에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해 LG AI홈의 두뇌 역할을 한다. 씽큐 온에는 오픈AI의 최신 LLM인 GPT-4옴니(4o)가 적용됐으며, 향후 LG 엑사원 등 다른 LLM과도 결합할 수 있다.

생성형 AI에 실시간 공간 센싱과 사용자의 생활방식 데이터를 결합한 퓨론은 고객의 생활방식을 학습하고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LLM 기술만 활용할 때는 “지난주에 공부가 잘 됐는데 똑같이 세팅해”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조명, 온도 등 환경정보를 사용한다. 하지만 퓨론은 해당 고객이 선호했던 과거의 최적 설정값을 기억하고 가장 유사한 맞춤형 환경을 조성한다.

AI 기능이 없어도 무선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한 가전제품은 씽큐 온과 결합할 수 있다. AI 가전을 새로 살 필요 없이 씽큐 온에 연결되는 센서만 구매해 기존 가전으로 합리적인 AI 홈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씽큐 온에 TV와 재실 센서를 연결하면 사용자가 TV로 콘텐츠를 시청하다가 잠깐 자리를 비울 때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멈춘다.

또 사용자가 씽큐 온에 AI 기능이 없는 에어컨과 거실 등 공간을 감지하는 재실 센서를 연결하면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에어컨의 풍량과 방향을 조절한다.

더 나아가 LG전자는 이동형 AI 홈 허브를 준비 중이다. 퓨론을 탑재하고 두 다리에 달린 바퀴와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는 이동형 허브는 음성·음향·이미지 인식을 접목한 멀티모달(Multi Modal) 센싱 능력을 갖췄다.

이동형 허브는 마치 집사처럼, 실내 공간을 돌아다니며 사용자와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필요시 가전제품을 조작한다. 수면, 학습 등 아이의 생활 습관에 맞게 조도 등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창작해 들려주는 등 아이의 정서까지 고려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개인정보보호·보안, 지속가능성, 쉬운 연결과 제어, 안전과 건강 등으로 테마를 나눠 AI 지능형 홈 기술을 선보였다.

개인정보보호·보안 분야에서는 기기 간 안전한 연결을 지원하는 ‘삼성 녹스 매트릭스’, 사용자의 중요한 정보를 보호하는 ‘삼성 녹스 볼트’, 외부인의 임의 접속을 감지한 때 즉시 차단해 지능형 홈의 보안 수준을 높여주는 ‘리셋 보호(Reset Protection)’ 기술을 소개했다.

지속가능성 분야에서는 전력 피크 시간대에 에너지 절감을 도와주는 ‘플렉스 커넥트(Flex Connect)’, 태양광을 통해 생성된 전력량과 잔여 에너지량, 전기차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한눈에 확인하고 전력 소비량을 최적화해 주는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를 전시했다.

쉬운 연결과 제어 분야에서는 △구매한 제품을 자동으로 지능형 홈 플랫폼에 연결해 주는 ‘캄 온보딩(Calm onboarding)’ △집안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맵뷰’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리모컨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퀵리모트’ 등이 제시됐다.

안전과 건강 분야에서는 지능형 홈 가전과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일상을 지원하는 ‘패밀리 케어’ 서비스를 소개하고,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링’으로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인지하고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조명·에어컨·공기청정기 등의 가전제품을 수면에 최적화된 상태로 제어하는 사례를 시연했다.

이 밖에 밀레, 지멘스, 보쉬 등 현지 기업들도 AI를 내장한 가전제품과 지능형 홈 서비스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지능형 홈 인프라 고도화 ‘팔 걷어’

정부는 지능형 홈 신시장 창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지능형 홈 구축·확산 방안’을 지난해 8월 발표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민간 주도의 지능형 홈 협업 생태계 조성 지원 △유무선 홈네트워크 고도화 △지능형 홈 보안 강화 등 내용이 담겼다.

먼저 민간 주도의 지능형 홈 협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매터와 생성형 AI 기반의 지능형 홈 모델을 구현·실증하는 지능형 홈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까지는 가전, 조명, 출입문·창문 잠금장치, 환풍기, 냉난방장치 등 가정 내 다양한 기기를 매터 표준으로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의 실증을 지원한다.

이후 진행되는 2단계 사업에서는 생성형 AI, 가정용 로봇 등을 활용해 맥락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국제 선도형 지능형 홈 실증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지능형 홈의 기반인 데이터 구축, 네트워크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생성형 AI 기반의 지능형 홈 신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학습용 데이터의 구축은 물론, 가정 내에서 초저지연·초연결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고용량·고속 무선 네트워크인 와이파이6E·7 활용을 확대한다.

유선망은 신축건물에 광케이블 구축을 전면화하고 통신 국사와 지역 허브를 연결하는 간선망이 100% 광 전환되도록 투자를 촉진한다. 앞서 지난해 6월 신축 건축물에 광케이블 설치가 의무화된 바 있다.

아울러 누구나 안심하고 지능형 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을 강화한다. 매터 표준 기반 서비스 플랫폼의 보안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로트러스트 실증을 추진하고, 우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대상으로 지능형 홈 보안 전문화 교육을 통해 고급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한다.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 등 지능형 홈 기기의 보안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보안인증을 강화하고 보안 취약점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하며, IP 카메라 영상의 무단 노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점검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공동주택 거주가 많은 국내의 경우 지능형 홈을 뒷받침하는 홈네트워크 설비가 대체로 종합건설업체 주도로 구축되고 있다. 그런데 종합건설업체가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정보통신설비를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정보통신공사업체를 공사에서 배제하거나, 적정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홈네트워크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능형 홈의 기반이 되는 홈네트워크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설비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분리발주, 표준품셈 적용, 전문성을 보유한 업체와 정보통신기술자·감리원의 참여가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시공된 공동주택 내 정보통신설비가 방치돼 지능형 홈 서비스가 중단되고 보안·안전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홈네트워크 설비에 대한 재시공과 유지보수·관리가 더 철저하게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관련 법제 정비와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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