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요즘 소비재에 필(feel)이 꽂혀 있습니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첫 마디다. 그는 “소비재로 인해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일어설 중요한 기회를 잡았다”며 “이는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최근 K-콘텐트·케이팝 인기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는 등, 한국 소비재 수요 증가는 감정적 선호를 넘어 ‘신뢰 기반 소비’로 전환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먹고, 바르고, 입는 생활 필수재는 마음을 열어야 구매가 일어난다”며 “미국·유럽 등 전통 선진국 중심이던 시장에서 인구 5200만, 재외동포 750만의 작은 나라가 세계인의 마음을 얻기 시작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러한 변화는 수출 통계에도 반영됐다. 1~9월 소비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재 5대 품목 가운데 그동안 1위를 지켜온 식품 대신 올해는 화장품 수출 증가율이 2배 이상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 식품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는 “B2B(기업 대 기업) 제조업 중심이던 한국 수출이 B2C(기업 대 개인) 소비재로 확장되며 포트폴리오가 질적으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한국을 찾은 글로벌 기업인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제조업 혁신 역량뿐 아니라 한류와 결합된 소비재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소비재는 수출 증가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문제도 언급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달 타결됐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상당수는 미국의 복잡한 관세 체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코트라는 최고 수준의 대응 기조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며 “특히 대기업과 달리 미국 진출 경험이 부족한 공급망 상위 티어 기업들은 향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지난 2월 ‘관세 대응 119’를 신설해 10월까지 8400건의 상담을 진행해왔다. 해외무역관 20곳에 설치한 헬프데스크 역시 현장에서 기업 애로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했다.
강 사장은 앞으로 1년을 “수출 1조 달러 시대, 수출 5강 진입의 기반을 다지는 시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가 관세 협상의 해였다면 내년은 공급망 재편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핵심광물 조기 모니터링과 선제 대응, 수입처 다변화, 국내 생산 기반 지원 등으로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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