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협상 기대감에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3 불법계엄 이후 1500원 코앞까지 갔던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00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환율을 짓누르고 있는 데다 미국발 변수도 계속되는 만큼 환율 변동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15.7원 떨어진 달러당 1405.3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12·3 불법계엄 당일(1402.9원)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장중엔 1391.5원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12월2일(1396원)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400원선을 밑돌았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달러당 1487.6원(고가 기준)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 4월 한달간 원·달러 환율의 평균 변동 폭과 변동률(주간 거래기준 전일 대비) 각각 9.7원, 0.67%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컸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강경 기조에서 한발 물러났고, 미국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되며 ‘관세 공포’가 점차 완화된 영향이다.

특히 2일 환율이 떨어진 건 중국 영향이 크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에 나설 것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일제히 반등했다. 원화는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중국 역외 위안화가 달러당 7.21위안 수준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미국 달러 대비 약 1% 강세를 보였다. 한국과 비슷하게 미·중 관세갈등에 취약한 대만 달러도 갈등 완화 기대감에 미국 달러 대비 3% 강세를 보이면서 1988년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한국의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의 일일 변동폭(고점-저점)은 48.5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 2020년 3월 19일(49.9원)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사법리스크’ 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최상목 전 부총리의 연쇄 사퇴에 따른 ‘국정공백’ 우려로 환율은 장 초반 19원 폭등한 144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14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이 계엄사태 이후 1460원대까지 올랐고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정치적 불안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이 원화의 절상 흐름에도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셈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크는 “6월 초 대선 전까진 컨트롤 타워 부재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목을 받으며 원화 약세 우려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변수 역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미·중 관세 협상이 좌초될 수 있는데다, 관세안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매파적’ 발언이 나올 때마다 절하 압력이 커지는 모습을 보인다. 연준은 오는 7일(현지시간)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를 연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관세로 최근 미 고용시장 둔화가 미뤄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예상되고 있다”며 “시장에선 FOMC에서 다소 매파적인 내용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변동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