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법조의 수장 격인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안병희(62·군법무관시험 7회) 변호사, 금태섭(57·사법연수원 24기) 전 의원, 김정욱(45·변호사시험 2회)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출사표를 냈다. 특검 후보 추천과 같은 큰 권한을 가진 변협 회장 선거에서 이번에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전이 시작되면서 진흙탕 선거가 예고되고 있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변협회장 후보 등록 마감일인 20일 기준 안 변호사, 금 전 의원, 김 서울변회장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제53대 변협 회장 선거는 2025년 1월 20일 치러진다. 내년부터 임기는 2년에서 3년으로 늘고 선거운동 기간은 45일에서 30일로 줄어든다. 공식 선거운동은 21일부터 투표일 전날까지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금 후보다. 검사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과 개혁신당 최고위원을 지내 상대 후보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금 후보는 현재 과거 서울변회 회장 조직과 의기투합해 조직을 정비하고 1주일에 두 번씩 선거 대비 회의를 진행하는 등 선거에 대비하고 있다. 가장 큰 조직이 있는 김 후보는 ‘로스쿨 출신 최초 변협회장’을 노린다. 서울변회장을 지내며 의뢰인 비밀유지권(ACP)을 보장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변호사 직역 확대를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안 후보도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하고 선거 준비를 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직전 변협 회장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다.
대법관과 검찰총장·특검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변협 회장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내란특검’ 추천권자로 변협을 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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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비방전도 시작됐다. 현재 금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담은 규탄 성명 모집이 시작되면서 금 후보 캠프 측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모집 글을 보면 “금 후보가 국회의원일 당시 세무사 자격 취득을 제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찬성했다”며 규탄 성명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현재까지 20여 명의 변호사가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 후보 측은 “변호사가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표시할 수 없는 것은 2003년 세무사법 개정안 때문”이라며 반박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맞춰 누군가 금 후보가 변호사 직역 확대를 막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현재 ‘내란 특검’ 추천권은 행사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각 후보들은 특검 자격 1순위로 정치적 중립성을 꼽았다. 금 후보는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고 김 후보도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을 들었다. 안 후보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능력을 봤다.
각 후보의 최우선 공약은 미묘하게 달랐다. 금 후보는 “입법을 통한 새로운 법률 시장 확대”를 내세웠다. 일례로 기업공개(IPO) 시 법률 실사를 의무화해 먹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김 후보는 “빼앗긴 변호사 직역을 탈환하는 게 1번 공약”이라고 했다. 변호사 자격 취득 시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게 하고 변리사 실무 수습 제도도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안 후보는 “변호사 감축을 서서히 추진해 연 배출 변호사를 1200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세 후보 모두 네트워크 로펌의 광고 규제 등 ‘반(反)네트워크 로펌’ 공약을 들고 나왔다. 네트워크 로펌은 하나의 법무법인 이름으로 전국 단위 분사무소를 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건 수임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한 변호사들의 원성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