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를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이 ‘앉아 있다’. 대부분 시간을 사무실 의자 위에서 보낸다. 미팅, 점심, 커피 한 잔, 퇴근 후엔 다시 집에서의 소파. 걷는 시간은 엘리베이터까지의 몇 걸음, 주차장까지의 짧은 이동이 전부다. 스마트워치의 걸음 수를 확인할 때마다 스스로 놀란다. “오늘도 고작 2,000보?”
책의 부제목을 보면서 함께 생각해본다. 걷지 않는 인간은 무엇을 잃어가고 있을까?
이케다 미쓰후미의 <걷는다>는 그런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본의 경제 저널리스트이자 News Picks의 편집장인 그는 “기술이 인간을 너무 편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AI가 나 대신 생각하고, 자동화를 좋아하고,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간접적인 TV 시청에 길들여진 시대. 그 속에서 인간은 점점 ‘살아 있다는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작가는 이 시대를 ‘호모 세덴타리우스(Homo Sedentarius)’, 앉아서 사는 인간의 시대라 부른다.

책에서는 걷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설계로 돌아가는 행위’이며 ‘존귀한 일’이라고 본다. 인간은 본래 장거리 보행자로 진화했지만, 지금 우리는 그 본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걷기는 건강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는 일이다. 다시 말해, 걷는다는 건 ‘다시 살아 있는 인간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가 워킹 미팅을 즐겼던 이유를 저자는 ‘사유의 방식’으로 본다. 걸으며 생각하는 시간은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천천히 익히는 과정이다.
그는 또 말한다. 자연 속을 걷는 일에서 그 모든 감각이 되살아난다고. 숲길을 걸으면 심장은 다시 반응하고, 마음은 오랜만에 떨림을 기억한다. 인공조명 아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도,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바람이 스치는 결이 감각을 깨운다. 자연을 걷는 일은 “행동 속에서 잃어버린 호기심을 되찾고, 일상에 묻혀 있던 결핍의 감각을 일깨우는 최고의 기회”다.
저자가 아이슬란드 하이킹 중 폭풍을 만났을 때, 그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겸허함’을 배웠다. “날씨 하나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깨달음이 오히려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고 고백한다. 걷는다는 것은 ‘조화’를 배우는 일이다. 내 속도가 아니라 자연의 속도에 발을 내딛으면서, 행복이라는 감정도 얻어진다.
‘AI시대, 인간의 마지막 경쟁력은 두 발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몸을 잊고 머리로만 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움직이는 몸에서 나온다.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이 가장 자유롭고, 걸을 때 가장 나다운 호흡과 창의력이 생긴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영하의 날씨에 걷는다는 것에 제약이 있다. 하지만 걷는다는 것은 그저 이동이 아니라, 잊혔던 내 생각과 다른 세상과 다시 접속하는 일이다. 저자는 가장 본래의 행복은 ‘발끝’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하루의 방향을 조금 바꾸고 새로운 감정을 얻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한 걸음 내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쩌면 발끝에서 행복은 시작된다. 오늘 내가 걷는 길 위에서 다시 ‘살아 있는 인간’이 될 것이다.
2025년 수고하고 무거운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새해에는 새로운 길을 걸어보자. 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도전, 그리고 발끝으로 행복을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걷는다》 (이케다 미쓰후미 지음 /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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