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이를 꾸짖지 않아요. 선생님도, 양육자도요. 잘못하고 부족해도 ‘괜찮다’ ‘잘하고 있다’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그런데, 그래서 아이가 좋아졌나요? 자존감도 높아지고요?
지난달 초 만난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도한 칭찬이 아이를 망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칭찬 때문에 아이들이 ‘유리 멘털’이 됐다”고 잘라 말했다. 타인의 지적을 견디지 못하고, 실패할 것 같으면 미리 포기한다는 것이다.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포장하려 애쓰는 아이들도 많다. 스스로 하는, 단단한 아이가 되길 바라며 한 칭찬이 아이를 나약하고 우울하게 만든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칭찬의 배신”이라고 했다.

과한 칭찬 때문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우울증(5345명)과 불안 장애(5895명)로 진료를 받은 7~12세 아동은 5년 전 대비 2배로 늘었다. 소셜미디어와 학업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지만, 훈육에 인색한 양육 방식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를 출간한 김 교수도 그런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김 교수는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칭찬이 아니라 쓴소리”라고 했다. 성장하기 위해선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약점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행복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가 “양육자부터 아이에게 진실을 말하고 제대로 피드백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내면이 강한 아이, 행복한 아이로 키우려면 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까?
Intro. 칭찬 육아의 배신
Part1.격려차 한 칭찬, 실패 부른다
Part2.덮어놓고 긍정을 경계하라
Part3.사랑한다면 진심으로 꾸짖어라
📌 격려차 한 칭찬, 실패 부른다
김 교수가 모든 칭찬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과잉 칭찬, 거짓 칭찬이다. 작은 것도 습관적으로 치켜세우거나 부진한 아이를 격려하기 위해 “그 정도면 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선의(善意)의 칭찬도 과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잘라 말했다. 되레 실패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격려차 한 칭찬인데, 되레 실패를 부른다고요?
칭찬에 길들여지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져요. 그래서 실패할 것 같거나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날 것 같으면 도전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존심을 지키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핑곗거리를 만드는 거죠. 심리학 용어로는 ‘자기 방해 전략’ ‘자기 불구화 현상’이라고 합니다. 시험 기간에 더 공부를 안 하거나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 식으로요. 칭찬이 실패를 부른다는 건 제가 한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