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 출구 조사와 개표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시민들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쏟아냈다.
3일 오후 8시 KBS·MBC·SBS 지상파 3사 출구 조사 결과 공개를 앞두고 서울역 대합실 TV 앞엔 100여 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화면에서 눈을 고정하고 숨죽이다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자 “3, 2, 1”이라고 함께 외쳤다.
이재명 후보가 51.7%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39.3%)를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자 “와!”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 후보의 선전을 기념하듯 화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에선 “아!”하는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인천 계양구의 이 후보 집 앞에 모인 지지자 수백 명도 “만세”, “축하합니다”라고 외치며 기뻐했다.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사거리 앞에서도 시민 수십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대형 전광판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한 부부는 이 후보가 1위라고 나오는 화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고, 한 70대 남성은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
무교동 청계광장에 모여 집회를 하던 촛불행동은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손뼉 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내란세력 척결하자”라고 외치고 옆 사람과 안으며 자축했다. 손가락으로 1을 만들어 들고 다니는 남성도 있었다.
반면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김 후보가 뒤처지자 맥이 빠진 모습이었다. 침울해진 분위기 속에 “무효다”, “거짓이다”라고 외치는 이와 “곧 결과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위로하는 이도 있었다.
“계엄 뒤 새 정부는 달라야…경제 회복 힘써야”
시민들은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뒤 들어서는 만큼 새 정부는 달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역 대합실에 있던 임모(40)씨는 “한국 역사에 부끄러운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당선인은 계엄·탄핵 뒤 국민이 느끼고 행동한 것을 보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손재민(29)씨는 “계엄에 연루된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체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도 컸다. 부산에서 서울에 온 이태진(34)씨는 “논란이 됐던 호텔 경제학 등 정책 중 허술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고 경제를 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이모(34)씨는 “일시적인 지원금 정책이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자녀 출산을 앞둔 김모(34)씨는 “근본적으로 먹고 살만하다고 느껴져야 저출생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역대 진보 정권과 부동산 정책 차별화를 선언한 만큼 주거 안정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대선 유세 기간까지도 재판이 진행됐던 만큼 각종 논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정익(72)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기방어 하기만 바쁜 모습이었다. 당선 뒤에도 국가 지도자로서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모씨도 “국민 절반 가까이가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