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구멍’에도 비과세·감면 5년 만에 늘린다…종료 예정 76%는 ‘연장’

2024-10-24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는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해 투명한 과세, 근로자의 세금 부담 완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이후 일몰 기한을 10번 미루며 생명을 연장했다. 정부의 비과세·감면 제도 중 가장 많이 일몰을 연장한 제도다. 이미 신용카드 사용은 보편화했고 과세 투명화라는 정책 목표도 상당 부분 달성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없애는 것은 어렵다. 이미 당연한 혜택으로 인식되는 이 공제를 없애면 납세자의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한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감면될 세금은 4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가 세금을 면제하거나(비과세) 깎아주는(감면) ‘조세지출’ 제도가 5년 만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정부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조세지출 제도 8개를 신설하고 7개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혼인세액공제 등을 신설하고, 제도 활용이 저조한 기술혁신형 합병에 대한 세액공제 등을 폐지한다.

신설이 폐지보다 많아 제도 개수가 순증하는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2020~2023년 정부는 제도 정비를 통해 조세지출을 줄여 왔다.

정부가 조세지출을 정비하는 것은 정책 목적을 이미 달성한 비과세·감면을 없애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당초 취지를 달성해 종료하기로 했던 조세지출도 대부분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 중 75.8%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9개 중 그대로 연장하는 제도가 14개, 내용을 조금 바꿔 연장하는 제도가 8개다. 연장하는 제도에는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 등이 포함돼 있다.

각각 기업 지원이나 친환경차 보급 지원 등 각각의 연장 사유가 있어 쉽게 종료하기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관행적으로 일몰기한이 연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기간 일몰 연장을 거듭해온 ‘좀비’ 조세지출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예컨대 1970년에 신설된 해저광물자원개발을 위한 과세특례와 농·어민 지원을 위한 인지세 면제는 54년째 적용되는 중이다. 국내 에너지 개발과 농·어민의 원활한 대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면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조세특례(조세지출) 일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일몰기한이 도래하면 자동적으로 일몰되도록 하는 ‘일몰의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일몰의무제가 도입됐을 경우 우리나라 특유의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제도는 현재 폐지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내년 조세지출 규모는 총 78조178억원으로 역대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조세지출이라는 말 그대로 정부가 세금을 깎거나 면제해줘서 사실상 쓰게 되는 나랏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전문가는 세수 부족을 겪는 정부가 비과세·감면 정비 노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세입 기반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과세·감면은 정부가 없애겠다고 해도 국회에서 정치적 계산에 따라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다”며 “비과세·감면 혜택을 누리는 이익집단의 반발에 휘둘리기보다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이나 세수 효과를 고려해 불필요한 조세지출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매출액 5억원이 넘는 사업자에 대해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부가가치세 세액공제율을 기존 1.3%에서 0.65%로 낮추는 등의 방안을 담았다. 또 전자신고가 일반화된 종합소득세·법인세·부가세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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