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엘리오’ 제작한 한국인 디렉터···“이펙트는 자연으로 전달하는 감정”

2025-06-24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인 중흥기를 맞은 것은 제작자, 아티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노력을 축적해 온 결과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지난 18일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에서 특수효과(FX) 제작을 담당한 이재준 이펙트 테크니컬 디렉터는 24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BTS 등 다양한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아티스트 분들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한국인만의 특별한 치열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 디렉터는 물, 불, 연기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전문가다.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 2>등 굵직한 작품들에 참여했다. 약 1000여 명의 디즈니·픽사 구성원 중 한국인은 10여 명이다.

그는 자신의 그래픽 작업을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펙트는 자연현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에요. 표정은 없지만, 연출자가 원하는 느낌을 기술적으로 전달하는 거죠.” <엘리오>는 외계인 납치를 꿈꾸는 소년 ‘엘리오’가 지구 대표로 우주에 소환되며 겪는 일들을 담았다. 극 중 엘리오는 바닷가에서 우주와 통신을 시도하는데, 모래와 바다 표현을 이재준 디렉터가 담당했다.

그는 “많은 이펙트 중 물 표현이 가장 어렵다고 꼽힌다”며 “관객이 보는 화면 1~2초를 만들기 위해서 컴퓨터 수천 대가 사용될 정도로 복잡한 값이 필요해 굉장히 도전적인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모래 표현에 대해서도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무거운 시뮬레이션을 사용했다”고 말하며 “엘리오에서는 아주 세밀한 모래 작업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엘리오가 바다에 빠지는 장면을 꼽았다. “거친 바다를 통해 그의 상실감이나, 다급함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반대로 차분한 감정을 연출할 때는 현실의 바다보다 더 잔잔한 모습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라는 건 결국 스토리 텔링”이라며 자연현상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고창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이 디렉터는 어린 시절 친척의 손에 이끌려 <라이온 킹>을 보고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주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 과정을 하면서 FX 분야를 공부했다. 대학원 졸업 후엔 로스앤젤레스에서 광고,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만들다가 2021년 픽사에 시니어 아티스트로 합류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픽사 애니메이션은 <월-E>다. 그는 “대사 없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월-E>를 연출한 앤드루 스탠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토이 스토리5>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픽사의 애니메이터로서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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