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 피해자 A씨는 최근 해외여행 후 남은 달러를 처분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 외화 판매 게시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한 성명불상자에게 외화를 판매했다. 성명불상자는 거래 당일 OTP 분실을 이유로 아내 명의 계좌를 통해 대면거래 직전에 원화를 입금했다. 하지만 A씨가 받은 원화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직접 송금한 피해금이었다.
#2. 피해자 B씨는 유로화 판매 게시글을 올리고 거래를 약속했는데, 성명불상자는 거래 당일 직접 거래가 어렵다며 동생과의 거래를 유도했다. 동생과 대면하기 약 10분 전 원화가 입금되자, B씨는 유로를 전달했다. 하지만 B씨가 받은 거래대금은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직접 송금한 피해금이었다.

최근 해외여행에서 사용하고 남은 외화를 대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하는 거래포스팅이 많아지면서, 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 사례가 나와 금융당국이 주의하고 나섰다.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책이 구매자로 위장해 외화를 구매하면서 그 대가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자금을 직접 입금토록 해 범죄자금세탁에 연루되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게 될 경우 입출금제한, 거래대금 반환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최근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책은 외화 판매 글을 올린 개인 피해자에게 가격 협상 없이 시세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구매하겠다며 접근한다. 신속한 거래와 높은 거래대금으로 판매자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또 자금세탁책은 외화 수령과 매매대금 입금을 동시에 하지 않고, 거래대금을 선입금하거나 지연 입금시키는 경우가 많다. 거래대금을 선입금해 판매자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속셈이다. 문제는 해당 거래대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자금이라는 점이다. 자금세탁책은 피해자에게 외화판매자의 계좌를 검찰·금융회사 직원 등의 계좌라고 속여 이체를 유도한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인지하기 전에 판매자의 외화로 신속히 자금세탁을 하려는 속셈이다. 만약 판매자와 대면하기 전 선입금이 완료되지 않았을 때에는 자금세탁책이 각종 핑계를 대어가며, 피해자가 자금을 이체할 때까지 시간을 확보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면서 자금세탁책은 만남을 앞두고 급한 사정이 생겼다며 가족·지인을 가장한 현금수거책과 대신 거래하도록 유도한다. 금감원은 이를 두고 보이스피싱 범죄자금 세탁에서 활용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한 이후다. 피해자로선 외화판매자를 사기범으로 오인해 범죄신고 및 피해구제를 신청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판매자는 사기이용계좌 명의인으로 전락해 금융거래가 일제히 제한되는 까닭이다.
이에 금감원은 소비자들에게 주의사항 및 대응요령을 제시하고 나섰다.
우선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경우 가급적 외국환은행이나 정식으로 등록된 환전영업자를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외화판매자는 자금세탁책과의 외화거래로 인해 약 2~3개월간 △계좌 지급정지 △전자금융거래 제한 △입금된 외화 판매대금의 강제 반환 △3년 내외 금융거래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안전한 외화거래를 위해서는 환전영업이 가능한 외국환은행이나 정식으로 등록된 환전영업자와 거래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또 시세보다 높은 환율이나 웃돈을 제시할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라고 지적했다. 외화 구매자가 신속하게 거래하면 일반적인 시세보다 높은 가격 등을 지불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조급함을 유발하는 사례가 있는데,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보다 가급적 거래에 천천히 응하면서 거래상대방의 신뢰도 지수, 구매자평, 그간 거래내역 등을 확인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라는 게 금감원의 당부다.
아울러 거래상대방과 대면 후 본인이 보는 앞에서 직접 이체하도록 요구하고, 입금자와 거래상대방의 명의가 일치하지 않으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할 것을 당부했다. 또 외화거래의 안전을 위해 계좌번호는 사전에 절대 공유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외화를 거래할 때에는 가급적 플랫폼 내 결제수단을 활용하는 게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외화 구매자가 플랫폼 결제가 불가하다고 회신할 경우에는 반드시 거래상대방과 직접 대면해 외화거래할 것을 당부했다.
이 외에도 귀금속, 고가의 중고명품 및 상품권 거래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가치 변동이 크지 않고 환금성이 높은 품목들이 자금세탁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플랫폼 업체와 협력해 소비자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수상한 외화거래 게시글과 사기 의심 회원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외화거래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