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의대 증원 감사 보고서를 국민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 여기엔 평생 공직에 몸담아온 이관섭·안상훈(교수 출신)·장상윤·조규홍·박민수 고위 관료 5인방이 대통령 한사람에게 잘 보이겠다고 죄의식 없이 숫자를 조작하고 국민을 기만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든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복기해야 재발을 막는다.
대다수 언론은 감사원 발표와 관련, "보고 때마다 더!"라는 식의 제목을 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복지부 안을 거듭 퇴짜놓은 끝에 정원이 2000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보면, 절반의 진실이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와 복지부 장·차관은 단순히 상사(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이행한 영혼 없는 공무원이 아니었다. 주요 대목마다 대담한 팩트 조작과 대국민 거짓말을 일삼은 적극적 공모자들이었다.
대통령 희망에 숫자 '만든' 관료들
필요 따라 넣고 빼며 조작·왜곡
재정 낭비·의료 붕괴 책임 물어야
의료 농단 한 해 전인 2023년으로 돌아가 보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6월 대통령 보고에 500명 안을 들고 갔다. 본인 진술대로 "수급 전망에 기초한 게 아니라 대통령 의중 파악용" 숫자였다.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을 외쳤다. 이때부터 대통령실과 복지부는 대통령이 원하는 1000명 넘는 숫자 '만들기'에 골몰했다. 10월 대통령보고 직전 1000명씩 3년간 3000명 증원 초안을 먼저 본 안상훈 사회수석은 박민수 차관을 통해 "1000명 정도로는 혼날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하라"고 했고, 조 장관은 그야말로 뚝딱 1942명을 추가해 4942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 " 대통령은 만족하지 않았다.

조 장관 고민이 깊어졌다. 나라 걱정 국민 걱정이 아니었다. 그 정도 숫자를 내놓으려면 "객관적(으로 보이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미 나와 있는 보사연과 KDI·서울의대 3개 보고서 검토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2035년 1만명 부족' 논리를 만들고, 이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추후 정책실장·비서실장 승진)에게 보고했다. 이 수석은 11월 두 가지 지시를 했다. 하나는 "세 보고서 모두 현재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균형)고 본 건 비합리적이니 부족분을 산출하라"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의사의 워라밸 추세와 여의사 증가를 반영하면 부족한 의사 수가 늘어날 테니 새로 산출하라"는 지시였다. 복지부는 세 보고서 작성자 중 신영석 고려대 교수와 KDI 권정현 연구위원에게 보완연구를 요구했다. 12월 초 신 교수로부터 "4786명 부족" 잠정치를 받고, 그달 21일 2000만원 용역계약을 맺었다. 이 지점에선 양측 입장이 엇갈린다. 신 교수는 "처음부터 복지부 요구는 단기간에 불가능해 의료취약지역 의사 수를 주겠다고 했는데 복지부가 부족한 의사 수로 왜곡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실무자는 감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더 기막힌 건 KDI 보완연구다. 오히려 부족한 의사인력 수 감소로 나오자 이관섭 실장은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조작인데, 대통령실과 복지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2월 27일 대통령 보고 5일 전인 22일 장상윤 수석(안상훈 후임)은 900명, 1600명, 2000명 단계적 7000명 증원을 담은 1안과 2000명 일괄 1만명 증원 2안이 담긴 초안을 본 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 장관은 또 5일 만에 1안 1600명을 2000명으로 고쳐 7800명을 보고하면서 "1안이 의대 교육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했으나, 대통령은 1안을 반대했다.
이후 벌어진 일은 모두 아는 그대로다. 이런 엉터리 과정을 통해 나온 2000명이 의료시스템과 의학교육을 망가뜨렸다. 그런데도 "꼼꼼하게 산출한 최소한의 규모(윤석열)"라거나 "과학적 합리적 근거 따져 정밀하게 예측한 답"(장상윤)이라며 국민을 계속 속였다. 재정 낭비만도 수조 원대다. 이쯤 되면 범죄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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