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은 가장 기쁘고, 축하받아야 할 순간이다. 그런데 일부 아이돌이 겪고 있는 상황들의 무게를 보면 마냥 그 순간을 웃으며 지켜보기 힘들다. 그 트로피를 거머쥐기까지의 무게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제1회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KGMA)에서 본상에 이어 대상까지 2관왕에 오른 뉴진스는 “우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모르지만, 우리 다섯 명과 버니즈(팬덤명) 사이를 방해할 수 있는 건 없다”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다이”라고 외쳤다.
일각에선 뉴진스의 이 같은 발언이 전속계약 해지하거나, 그룹명을 바꿔 활동하는 상황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지난 13일 뉴진스는 어도어에 민희전 전 대표의 복귀 등 요구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
물론 민희진을 따라나설 ‘선택’은 뉴진스가 했고, 그에 따른 ‘책임’은 그들의 몫이다. 그런데 애초에 그들에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 하이브와 민희진이다. 이들의 갈등 초기에도 ‘뉴진스가 나서는 건 최악의 상황’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결국 뉴진스는 ‘어른’들의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로 활용된 셈이다.
하이브 내홍 속에서 눈물을 훔친 건 뉴진스 뿐이 아니다. 아일릿도 지난 22일 미국 LA에서 열린 2024 마마 어워즈(MAMA AWARDS)에서 신인상 수상 이후 “연습생 시절 고민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멤버들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다른 신인그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상소감이다.
하지만 아일릿은 이번 하이브와 민희진의 갈등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더구나 ‘뉴진스 아류’ ‘짝퉁 뉴진스’라는 폄훼성 발언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꿋꿋히 자신들 만의 색깔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현재 소속사 빌리프랩은 표절 의혹을 주장한 민희진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민 전 대표도 5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맞붙었다.
직접적으로 이 사태에 언급된 아티스트들은 물론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도 알게 모르게 속앓이 중이다. 특히 케이팝 가수들에 대한 외모 품평 등이 담긴 하이브의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하이브 내부 모니터링 문건)가 공개된 이후에 내부 아티스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븐틴 승관은 “그대들에게 쉽게 오르내리면서 판당 당할 만큼 무난하고 완만하게 활동해온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들의 서사에 쉽게 낄 자격이 없다. 우리는 당신들의 아이템이 아니다. 맘대로 쓰고 누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어른들의 싸움이 격화되면서,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아티스트에게 필연적으로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한 이 싸움에서 결과적으로 진짜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