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 씨 미 3’, 또 속았다, 하지만 기분 좋게

2025-11-14

■편파적인 한줄평 : 마술이 영화를 닮았을 때 가능한 영리한 속임수

마술 쇼를 본다는 건, 눈앞에서 분명히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우 유 씨 미 3’는 이 당연한 전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세 번째 시리즈에 이르면 뻔해질 법도 한데, 이번에는 아예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거대한 마술”이라는 전제를 정면으로 들이민다.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결과부터 보고, 나중에야 어떻게 속았는지 역추적하는 구조다. 마지막 플래시백에서 트릭의 비밀이 풀려 나갈 때, 마술 쇼 관객이자 영화 관객인 우리는 동시에 뒤통수를 맞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호스맨’은 흩어져 살던 일상에서 정체 모를 카드 초청장을 받고 다시 소환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하트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것. 타깃은 이를 손에 쥔 밴더버그 가문의 상속녀 베로니카(로저먼드 파이크)로, 막대한 재산 뒤에 거대한 돈세탁과 권력 장사가 숨어 있음을 암시한다. 루벤 플레셔 감독은 전편들의 설정을 그대로 이어받아, 마술 쇼처럼 짜인 범죄/액션 판 위에 이번에는 보다 노골적인 ‘재벌 털기’ 플롯을 얹는다.

세대 교체는 훌륭히 해냈다. 제시 아이젠버그와 우디 해럴슨, 아일라 피셔, 모건 프리먼까지 익숙한 얼굴들이 다시 모여 프랜차이즈의 신뢰도를 붙잡는다. 여기에 찰리(저스티스 스미스), 보스코(도미닉 세사), 준(아리아나 그린블랫) 같은 신입 마술사들이 합류해 앙상블의 톤을 한층 가볍게 튜닝한다. 특히 준은 틴에이저 특유의 감성과 키치한 에너지를 가져와, 영화 전체를 한층 젊고 장난스럽게 만든다. 보스코는 전형적인 “껄렁대지만 할 땐 하는”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하고, 찰리는 겉으로는 조수 포지션이지만 실제로는 판을 정리하는 숨은 축으로 기능한다.

뻔하지만 식상하지는 않다. 관객에게 먼저 결과를 보여준 뒤, 나중에 트릭의 과정을 ‘복기’시키는 구조는 전편 팬들에게 익숙하지만, 여전히 쾌감이 있다. 착시와 강박적인 시선 유도, 세트의 공간 구조를 활용한 추격전 등 볼거리도 알차다. 순수하게 “팝콘 들고 앉아서 스타일 좋은 범죄극 하나 보고 싶다”는 관객이라면, 복잡한 생각 없이 즐기고 나올 만한 한 편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겐 또 다른 층위의 재미도 붙는다. 마술사가 관객의 시야를 통제하듯, 감독이 관객의 시선을 어떻게 설계하고 숨기는지를 의식하면서 보면 이 작품은 일종의 메이킹 필름을 과감히 드러내는 영화처럼 보인다. 편집으로 시간을 비틀고, 세트와 조명을 마음껏 주무르며, 그 모든 인위적인 것들이 철저히 숨겨질 때 비로소 “진짜 같은 착각”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우 유 씨 미 3’는 영화의 트릭에 관심 있는 관객에게 꽤 친절한 교본이기도 하다.

다만 스토리 쪽은 솔직히 아쉽다. 몇몇 장면은 서사의 필연성보다는 클리셰적인 계산이 더 앞선 듯하다. 초반에 보스코가 호스맨 가입 제안을 한 번 거부했다가 금방 태도를 바꾸는 에피소드는 긴장감보다 러닝타임 채우기용 장난처럼 느껴진다. 클라이맥스에서 감옥 같은 사각 구조에 갇힌 호스맨들이 파이프를 깨뜨리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장면도, 결국 다이아몬드 반지로 벽을 부수는 해결책이 등장하면서 허무하게 봉인된다.

전편들을 괜찮게 즐겼고, 이번에도 한 번쯤은 마술과 영화가 손잡고 꾸미는 ‘영리한 사기극’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주저 없이 티켓을 끊어도 좋겠다. 큰 감동을 선사하는 명작까진 아니더라도, 올가을 극장가에서 두 시간 남짓한 속임수 쇼를 감상할 가치는 있다. ‘나우 유 씨 미 3’, 절찬리 상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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