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미 전문가들이 조선·에너지·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15일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를 열어 양국 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엔 최중경 한미협회장 겸 국제투자협력대사,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마틴 초르젬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우선 조선·방산 분야에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은 물론, 건조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 내) 노후함정의 정비 수요 급증에 따라 조선소 공간이 잠식돼 신규함정 건조까지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과의 MRO 협력은 전시에 미국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빠르게 전투함을 수리할 수 있다는 의미와, 평시엔 미국 조선소의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조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루려면 존스법도 폐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화물은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철폐된다면 한국에서 건조된 선박도 미국 내 화물 운송에 참여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선 액화천연가스(LNG) 대미 수입 확대 방안이 언급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마크 메네즈 미국에너지협회 회장은 “한국은 탄소 감축 노력 과정에서 LNG 소비량이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LNG를 전량 수입하는 상황이고, 대미 무역흑자 완화를 목표한다면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도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중요한 거래대상국이다 보니 한국은 수입량을 대폭 늘리면서 수입가격을 일정 부분 낮추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도 제시됐다. 메네즈 협회장은 “올해 초 체결된 원자력 협력 업무협약(MOU)을 기점으로 양국의 원전 수출 및 기술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원천기술·연구역량과 한국의 건설·운전경험이 결합되면, 원자력은 양국의 공동 에너지전략에서 핵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패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AI·반도체 협력 확대도 중요해지고 있다. 김창욱 보스턴컨설팅그룹(BCG) MD파트너는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AI 모델을 한국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끔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대급부로 AI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설비투자 비용을 분담하거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임대해주는 방식(GPUaaS)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예 마이크로소프트(MS) 정책협력법무실 아시아 총괄대표는 “한국은 AI 학습의 필수적 자원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반도체의 주요 공급국”이라며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AI 기술의 확산과 적용 속도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