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앞둔 보령, ‘1750억 유증’ 통해 오너 3세 김정균 체제 구축

2024-11-07

김정균 대표, 유증 후 보령 지분 약 29% 확보... 최대주주 지위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대금 3200억으로 유증 대금 조달

보령, 유증 재원으로 신사업 투자... 김 대표 역점 ‘우주사업’ 탄력 전망

[녹색경제신문 = 권혜진 기자] ‘1조 클럽’ 입성을 목전에 둔 보령의 3세 승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모습이다.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의 후계구도를 사실상 완성했다는 평가다.

1985년생인 김정균 대표는 보령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회장의 외아들이다. 2022년 3월 보령 대표로 취임하면서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왔다.

보령파트너스에 '1750억'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김정균 체제 확립

보령은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7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809만7207주로, 신주 발행가는 주당 9670원이다. 납입일은 11월 13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 29일이다.

현재 보령의 최대 주주는 지분 37.1%를 보유한 보령홀딩스이며, 김은선 회장이 10.4%, 김정균 대표가 1.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보령홀딩스는 김 회장 44.93%, 김 대표 22.6% 등 특수관계자가 95.95%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기업이다. 보령 지배구조의 정점에 김 회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김 대표의 지분율이 어머니 김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서게 된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보령의 주식 총수는 6869만주에서 8678만7207주로 늘어나고, 보령파트너스는 20.85%의 지분을 신규 확보하게 된다. 반면, 최대 주주인 보령홀딩스의 지분율은 37.1%에서 29.36%로, 김은선 회장은 10.4%에서 8.23%로, 김정균 대표는 1.19%에서 0.94%로 각각 줄어든다.

핵심은 비상장 기업인 보령파트너스가 김 대표가 88%의 절대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김 대표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나머지 지분 역시 김 대표의 직계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령파트너스를 통해 확보한 보령 지분 20.85% 전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김 대표가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후 김 대표의 보령 지분율은 28.4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보령파트너스 지분 20.85%, 보령홀딩스를 통한 지분 6.6%, 개인 지분 0.94%를 더한 수치다. 반면, 어머니 김 회장의 보령 지분율은 보령홀딩스를 통한 지분 13.19%와 개인 지분 8.23%를 합한 21.42%에 그친다.

2022년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경영승계를 받은 데 이어, 이번 지분승계까지 이루어지면서 이제 보령은 명실상부한 김정균 대표 3세 체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김정균 대표,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대금 3200억으로 유상증자 실탄 마련

일찌감치 승계 작업을 준비 중이던 김 대표는 175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대금을 이미 마련된 상태다. 지난 6월 보령파트너스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 80%를 PEF 운용사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와 산업은행 PE실 컨소시엄에 매각해 32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뇌수막염을 비롯해 파상풍, A형·B형간염 등 다수의 백신과 전문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백신 제조 기업이다. 매출액이 2019년 990억원, 2020년 1154억원, 2021년 1391억원, 2022년 1589억원, 2023년 1678억원으로 지속 성장 중인 알짜 회사인데,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매각했다.

김 대표는 2021년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애초 보령바이오파마 상장을 통해 승계 자금을 조달하려 계획했으나,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2022년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보령은 올해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2024년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보령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장기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

생산능력 확대, 글로벌 진출, 신사업에 투자... 우주사업 탄력

보령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장기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 ▲제약사업 강화를 위한 공장 및 설비 증설 ▲전략적 필수 의약품 확보, 공급, 유통 사업 확장 ▲장기적인 국가 및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투자에 나선다.

우선, 공장 및 설비를 증설하고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중심으로 자가제품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국가적으로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인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현재 고성장 중인 제약사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인수하고 공급·유통하는 사업모델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의약품 대량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2022년 취임 직후부터 야심차게 추진 중인 ‘휴먼 인 스페이스(Humans In Space)’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 인류의 우주 장기 체류에 핵심적인 인프라와 우주 의학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보령은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으로 자본금 감소는 없을 예정이라는 것이 보령 측의 설명이다.

한편, 보령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7600억원을 기록하며 2024년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보령이 매출 1조원 달성에 성공하면, 국내 제약사 중 6번째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2023년 기준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제약사는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5곳이었다.

권혜진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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