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숍 확대 이후 매장수 축소, 위기
LG생활건강 가맹사업 철수로 다시 확대
전국 종합 화장품 매장 2,000여개 이상
카운슬러 제품 판매, 단골고객 등 강점
MD 정리되며 '동네 올리브영'으로 탈바꿈
코리아나, 엔프라니 전통 강자 성업 중
세잔느, 카이트코리아 등 신규 진출 확대
90년대 대한민국 화장품 유통을 주도했던 화장품 전문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새로운 틈새 유통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전문점을 타깃으로 한 전용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유통망 확장을 위해 전문점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사실 국내 화장품 전문점은 80년대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방문판매의 대항마로 등장한 일종의 화장품 할인 매장이었다. 정찰가격대로만 구매해야 했던 방문판매와 달리 당시 화장품 전문점은 적게는 30%, 많게는 80%까지 할인을 적용하면서 동네 상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다양한 샘플을 제공하는 덤 마케팅도 소비자들에게 크게 환영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전문점은 첫 등장시기였던 1982년 2,000여개에서 1986년에는 8,000여개로 늘어났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는 1만 곳을 넘었고, 1990년대 중반에는 전국에 2만개가 넘는 매장이 운영됐다.
하지만 화장품 전문점은 과도한 할인 경쟁과 외환 위기와 함께 불어 닥친 카드 대란 등으로 큰 위기를 맞았으며, 이후 2002년부터 등장한 화장품 브랜드숍에 밀려 현재 2,000여개로 축소됐다. 가격파괴를 내세운 화장품 브랜드숍을 비롯해 인터넷, 마트 유통이 성장한 것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하던 이른바 동네 상권 큰 손들이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매장을 전환했고, 국내 대표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브랜드만 판매하는 아리따움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화장품 전문점은 명맥만 유지하거나 명동의 사후면세점처럼 새로운 형태로 생존해 왔다.
최근 이러한 화장품 전문점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코로나 사태와 헬스&뷰티숍인 CJ올리브영의 큰 인기로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매장수 축소와 가맹점 이탈 현상이 나타났고, 지난해 LG생활건강의 가맹사업 철수 선언, 아리따움의 종합 매장 전환 등으로 화장품 전문점으로 전환하는 매장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오랫동안 한 상권에서 장사해 온 화장품 전문점 점주들이 현대화된 매장 인테리어 리뉴얼과 경쟁력 있는 제품 입점 등에 나서면서 화장품 전문점 매출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시판 시장 강자였던 코리아나화장품과 엔프라니, 로제화장품, 이넬화장품, 코스모코스(구 소망화장품) 등이 여전히 화장품 전문점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적게는 200개 많게는 2,000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의 전문점 전환 400여개 매장과 명동 등에서 종합으로 운영되는 사후면세점, 종합 매장으로 운영되는 아리따움, 세니떼 뷰티샵 등을 더하면 소위 제품이 팔리는 화장품 전문점 형태의 매장은 3,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새롭게 화장품 전문점에 입점하거나 영업력을 높이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피카소브러쉬로 유명한 소산퍼시픽은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세잔느를 화장품 전문점에 입점시키며,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상권 전문점 100개 이상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세잔느는 이미 일부 화장품 전문점에 입점돼 판매되고 있으며, 첫 입점임에도 매출이 오르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앞서 카이트코리아는 마진율 높은 세트 중심의 라인업을 통해 화장품 전문점에 입점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으며, 이외에도 최근 화장품 전문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계속 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전문점은 40대 이상 고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전통시장과 주택 상권에서 단골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카운슬러 판매가 최대 강점”이라면서 “특히 세트 등 선물 위주의 제품 판매는 물론, 일상생활 필수 제품들이 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올리브영과 다이소 사이의 틈새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화장품 전문점 수는 과거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주요 상권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충성 고객들이 여전히 많고, 계속 늘어나는 고령층 고객들이 많은 것도 강점”이라면서 “최근 다시 화장품 전문점을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하거나 공을 들이는 브랜드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앞으로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