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업자에게 구매해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외국산 무·배추가 헐값에 거래되면서 정부의 수입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손실을 감당하면서까지 저품위 무·배추를 수입하는 것은 재정 낭비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외국산을 공급한 덕분에 물가 인상폭을 일정부분 제한했다고 평가하지만, 산지에서는 눈에 띄는 가격 안정 효과도 없이 농가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 600원’…중국산 무, 국산값의 6분의 1에 거래=올해 4월 한달간 가락시장에서 국산 무는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2만4149원에 거래됐다. 전년 4월 평균(1만4403원)보다 67.7% 높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산 무는 국산 시세의 6분의 1 수준에 거래됐다.
가락시장 경매결과에 따르면 4월 외국산 무 경락값은 20㎏ 한상자 기준 평균 3979원이었다. 4월 중 경락값이 가장 낮았던 날(30일)엔 600원까지도 내려갔다. 민간 수입업자들에 따르면 중국산 무의 현지 구매 단가는 20㎏ 기준 1만3000∼1만5000원이다.
배추도 상황이 비슷하다. 4월 한달간 국산 배추 경락값은 10㎏들이 상품 한망당 1만298원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산 배추(15㎏)는 평균 4093원, 국산의 절반도 안되는 싼값에 거래됐다. 헐값에 낙찰된 외국산 무·배추는 대부분 전통시장 외곽의 노점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가락시장에 반입된 외국산 무·배추는 전량 중국산으로 aT가 출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엽근채소류 물량 부족으로 부득이 수입을 진행했다”며 “덕분에 가격 상승폭을 그나마 이 정도로 제한하는 효과는 달성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올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농업전망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무 생산량은 98만8000t으로 평년(115만1000t)보다 14.2% 줄었다. 그 영향으로 국산 무는 지난해 8월 평균 2만4401원을 기록한 이후 9개월 연속 2만원대 시세를 이어왔다.
◆‘누굴 위한 수입 정책?’…저품위 수입 무·배추 애당초 국산 대체 안돼=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이가 이처럼 기형적으로 벌어진 이유는 저조한 수요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관계자 A씨는 “최근 들어오는 중국산 무 경매 참여율 자체가 낮아 1∼2개 업체에서 다 가져간다”며 “김치공장 등에선 외국산을 쓰려면 포장재 원산지 표기를 전부 변경해야 하는 데다, 품위가 워낙 떨어지다보니 치킨무 가공공장이나 중소 식자재 업체 등에서도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관계자 B씨는 “국산·외국산 간 큰 가격차는 수요처가 명확히 분리돼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산 시세가 높다고 수입량을 기계적으로 늘리는 것은 ‘수요 없는 공급’만 확대하는 꼴로 수급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배추 등 주요 엽근채소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를 연장 시행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aT는 중국산 신선 무·배추 긴급 구매를 수차례 진행했다. 그 결과 올 1분기 무 수입량은 8598t으로 전년 동기(2743t)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분기에 아예 수입되지 않던 배추는 올 1분기 5383t이 들어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수급 상황을 지켜보며 봄작형 출하가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수입 물량을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