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7개월 만에 투자매매 인가를 받으면서 리테일(소매금융)을 중점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남기천 대표는 임 회장의 지원을 발판 삼아 출범 당시 내세웠던 '5년 내 국내 10대 증권사 등극',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이라는 목표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31일 '우리WON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출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출범 이후 7개월 만에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매매 인가를 받은 후 처음 진행한 사업으로, 리테일을 강화해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남기천 대표의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8월 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 1조1500억원, 업계 18위 중형 증권사로 등장했으나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매매업 인가 승인이 지연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사업 제약으로 환매부조건부채권(RP) 등의 금융상품 출시가 중단, 지난해 12월 출시 예정된 MTS 개발도 지연됐다.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투자매매 인가를 받은 후 지연됐던 MTS 출시를 중점으로 리테일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지원이 눈에 띈다.
임종룡 회장은 새롭게 출시한 우리투자증권의 MTS '우리WON MTS'의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직접 앱을 설치하고 고객 관점에서 주요 기능들을 이용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임직원들에게는 "우리WON MTS가 고객 중심의 디지털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먼저 이용해보고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후발주자인 우리투자증권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이다. 우수한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고객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면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대규모 수익원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 비대면상품 가입 고객수는 31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8% 늘었다.
리테일뿐만 아니라 우리금융그룹은 여의도로 IB조직을 집결했다.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PE자산운용에 더해 우리은행 IB그룹까지 우리금융그룹의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가 모두 여의도로 모인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여의도로 IB조직을 집결하면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는 남기천 대표와의 관계에 주목해볼 수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임 회장이 주영국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 남기천 대표가 대우증권 런던지점장이던 시절 시작됐다. 이때부터 약 21년간 알아온 두 사람은 그만큼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2023년 남기천 대표가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우리자산운용으로 합류할 당시에도 임 대표가 직접 남기천 대표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에 추천한 바 있다.
동시에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의 수장으로 남기천 대표를 미리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 대표는 대우증권 시절부터 대체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5년간 대표직을 역임하며 2020년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기도 했고, 수십년간 증권과 운용 리더로서 업력을 쌓았다는 설명이다.
향후에도 우리투자증권은 그룹과 연계한 금융상품 출시와 함께 여러 딜들을 유치하며 리테일 → IB → 세일즈앤트레이딩(S&T) 순으로 포트폴리오 확대, 수익성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IB 외 마땅한 수익처가 없었던 우리투자증권은 순영업이익 1580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이 같은 지지에 힘입어 남기천 대표의 목표도 빠르게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우리투자증권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출범 당시 5년 내 자기자본 3조원 수준, 10년 안에 초대형 IB인가를 위해 자기자본 4조원으로 확충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나서서 임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은 그만큼 남 대표를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또한 비은행 계열이 취약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현재 업황이 좋은 증권업계를 적극 밀어주면서 수익성 다각화 및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