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을 위해 한 튀김(덴푸라) 전문점을 방문했습니다. 꽤 인기 있는 매장이라 오래전에 예약을 해두어야 하는 수고는 있지만, 가격도 맛도 서비스도 대만족입니다. 가족들 모두 튀김 애호가인지라, 자연스레 튀김 이야기로 꽃을 피웠는데요, 그러다 덴가스로 화제가 이어졌습니다. 덴가스란 튀김을 할 때 떨어져나오는 작은 부스러기들을 말하는데, 우동이나 라멘 등에 넣어 먹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주로 요리하는 돈가스와는 조금 다른 상황입니다. 빵가루를 입히는 돈가스도 부스러기가 많지만 이를 활용하지는 않습니다. 입자가 너무 거칠고 딱딱하며, 기름도 많이 배어들기 때문입니다. 활용보다는 오히려 제거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지는데, 기름의 산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패란 기름의 주성분인 트리글리세라이드가 분해되고, 이 분해된 물질들이 서로 반응하면서 기름의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입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열과 수분이지만, 튀김 부스러기들 또한 이 산패를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이 부스러기들을 너무 오래 방치하면 화재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거름망을 이용해 떠다니는 부스러기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의욕만 앞섰던 초보 시절, 저는 모든 부스러기들을 다 제거하려 했습니다. 특히 기름을 가열하는 열선 아래, 거름망이 닿지 않은 깊숙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빨리 제거하고 싶었죠. 그래서 기름을 강하게 휘저어 그것들을 억지로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부스러기와 전쟁을 치르던 저는 얼마 안 지나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사실 열선 아래까지 공간을 만들고 기름을 채우는 이유는 그곳에 부스러기가 자연스레 모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열선에 의해 가열된 기름은 위로 상승하고, 상승하면서 열을 빼앗긴 기름은 다시 하강합니다. 이런 순환은 계속 반복되죠. 이를 대류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튀김망에 담긴 식재료는 열 에너지를 얻어 튀겨집니다. 그리고 이때 일부 부스러기가 튀김망을 빠져나와 중력에 의해 낙하하다 마침내 열선 밑 공간까지 내려옵니다.
그런데 이곳은 매우 안정적인 공간입니다. 아래로 갈수록 온도가 내려가니 대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류로 요동치는 위쪽과는 전혀 딴판이죠. 그래서 여기 모인 부스러기는 열선 위의 기름과는 잘 섞이지 않은 채 안정적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따라서 기름을 산패시킬 우려가 적습니다. 그러니 수시로 제거할 필요는 없고, 조리를 마치고 기름을 식힌 후 밸브를 열어 빼내면 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 안정된 공간을 파괴하고 오히려 산패를 촉진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KFC의 창업자 커넬 샌더스로부터 효율적인 튀김기 개발을 의뢰받은 윈스턴 셸턴에 의해 1967년 발명되었습니다. 기존의 튀김기는 대류에 의해 부스러기들이 떠다녔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별도의 여과장치를 사용하는 등 많은 불편이 있었습니다. 셸턴은 이를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개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