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애플,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주요기술기업)들이 온라인 콘텐츠 단속을 강화하려는 유럽연합(EU) 및 영국의 관련법과, 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의 관련법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날 미국의 주요 플랫폼 기업에 대해 불법 및 유해 온라인 콘텐츠 단속을 강화한 EU와 영국의 관련법을 무조건 따를 경우 미국의 실정법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은 로이터 통신 보도를 인용, 앤드루 퍼거슨 FTC 위원장은 이날 10여개 기술 기업에 보낸 서한에서 "EU와 영국의 디지털 콘텐츠법을 준수하려는 기술 기업의 노력이 미국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약화한다면 미국 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퍼거슨 위원장은 EU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영국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 및 조사권한법(Investigatory Powers Act)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DSA는 인터넷 플랫폼의 불법·유해 콘텐츠 차단과 투명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온라인 안전법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온라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조사권한법은 영국 정부가 범죄나 테러를 수사할 때 디지털 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EU와 영국은 이들 플랫폼 기업에 이 법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콘텐츠에 대한 감시가 강화돼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개인정보 보호가 약화하는 등 오히려 미국 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퍼거슨 위원장은 "외국 정부가 여러 나라에 걸쳐 통일된 정책을 적용하는 기업의 성향을 이용해 미국 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개인정보 보호를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번 서한을 영국이 애플에 암호화 데이터를 풀 수 있는 우회 경로인 '백도어' 제공을 요구했다가 철회한 직후 보냈다.
영국 내무부는 지난 1월 애플에 법 집행기관이나 첩보 기관이 고객들의 데이터가 담긴 애플의 클라우드 저장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를 요구했다가 철회했다.
애플은 이에 맞서 클라우드 이용자를 상대로 한 고급 암호화 기능의 제공을 중단한 뒤 조사권한재판소(IPT)에 소송을 내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영국을 방문한 JD 밴스 미 부통령이 영국 정부와 협상해 해당 명령 철회를 끌어냈다고 미 당국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퍼거슨 위원장은 또 주요 기술 기업 등과 만나 해외의 상충하는 압력과 미국 법규 준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계획인지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서한이 외국의 규제 요건에 맞서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광범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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