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홍콩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를 들렀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경험했다. 홍콩섬과 카우룬(九龍) 반도의 빽빽한 스카이라인을 해발 428m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대는 말할 것도 없고 그곳을 오가는 트램, 이층버스, 택시 대기 줄 모두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모인 사람들의 대다수는 긴 연휴를 즐기러 온 중국 본토 관광객들. 그 수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홍콩관광청 통계에 의하면 설 전날인 1월 28일부터 31일 사이 적어도 68만 명이 이 밀도 높은 도시를 방문했다고 한다. 2024년 동기간보다 6% 증가한 수치라는데 우리 자치단체 인구수와 비교한다면 안산시민 전체가 홍콩을 방문한 셈이다. 그 68만 명 중 80% 이상이 본토 중국인이었으니 관광지든 식당이든 쇼핑몰이든 가는 곳마다 홍콩의 광둥어 대신 본토의 만다린어가 주인행세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본토 중국인들의 홍콩 ‘점령’을 달갑게 보지 않는 시선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지속되어 왔다. 영국 통치 아래에서 ‘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동서양의 문화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 도시가 갈수록 특색을 잃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탈홍콩 현상에 일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역·금융과 더불어 홍콩 경제의 3대 먹거리인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본토 관광객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2월 홍콩의 문화체육관광부는 ‘홍콩 관광산업발전 청사진 2.0’이라는 130쪽짜리 방대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전략적 위치와 다양한 관광자원 등 명소로서의 강점과 기회뿐 아니라 고비용 구조와 지정학적 어려움 및 한계까지 총망라했다는 평가다. 관광산업은 급속히 변화하고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도 포함됐다. 본토 중국 관광객에만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중동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더 유치하기 위해 이들이 선호하는 숙소와 식당을 더 많이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홍콩의 지난해 관광객 수는 총 4500만 명. 2018년 팬데믹 이전의 6500만 명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우리나라의 1600만 명과 비교하면 거의 3배 수준이다. 홍콩 거리가 왜 늘 북적이는지 숫자가 말해준다. 1976년 처음 방문했을 때 고층 아파트와 산을 끼고 펼쳐져 있는 카이탁공항의 아슬아슬한 활주로와 카우룬의 마천루를 보고 놀랐던 기억은 아련하지만, 여전히 설렘을 준다. 언제 방문해도 가슴을 뛰게 할 홍콩의 낮과 밤의 매력이 지속됐으면 하는 것이 기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