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욕망의 용광로를 담아낸 <메이드 인 코리아>

2026-01-04

“넌 원하는 게 뭐야. 돈, 권력, 사랑 다 가지고 싶지? 아무도 날 깔보지 못하게. 나도 그래.”

혼란스러웠던 1970년대 부산과 일본, 인물들의 욕망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지난달 24일 첫선을 보인 디즈니+의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한국산 마약 거래를 통해 부와 권력을 차지하려는 중앙정보부(중정) 과장 백기태(현빈)와 만년 평검사 장건영(정우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이들의 욕망이 뒤엉키는 용광로를 그려낸다.

백기태는 중정의 강력한 권력을 뒤에 업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는 부산의 마약밀매조직인 ‘만재파’를 장악한 뒤, 일본 야쿠자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입을 기반으로 더 큰 힘을 쥐기로 마음먹는다. 청와대-중정으로 이어지는 권력 구조에서 언제든 토사구팽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두 동생을 책임지고 길러냈다는 이야기는 그의 욕망에 합리성을 더한다.

그의 정반대에 있는 장건영은 권력 뒤에 숨어 마약을 판매하는 백기태를 잡으려 애쓴다. 히로뽕에 중독된 가족을 둔 그는, 정치도 주변 관계도 포기한 채 마약사범 검거만을 노려온 ‘열혈 검사’로 그려진다. 시종일관 광기 어린 눈으로 백기태를 좇는 그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정 권력도 무섭지 않다.

이 과정에서 백기태의 상사인 중앙정보부 부산 지부 국장 황국평(박용우)와 고급요정 출신 접대부 배금지(조여정), 일본 오사카 지역 야쿠자의 실세 이케다 유지(원지안), 권력의 정점으로 꼽히는 청와대 경호실장 천석중(정성일) 등 수많은 인물이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며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매력은 1970년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과 픽션을 적절히 섞어낸 데에 있다. 1화는 1970년대 일본항공 비행기 납치 실화인 ‘요도호 사건’ 안에 가공의 인물 백기태를 넣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와 배경이 겹쳐 기시감이 들기도 하지만, 사건을 해결해내는 백기태의 능력과 야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접대부 배금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3화는 정인숙 피살사건을 모티브 삼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들이 쉽게 드나들었던 고급 요정의 접대부였던 배금지는, 자기 아들의 친부가 누구인지 밝히겠다고 협박하며 수많은 정치 거물들을 쥐락펴락한다. 1970년대 시대상도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당시의 중앙정보부, 검찰청 내부, 부산 시내의 모습을 철저하게 고증했다고 한다. 인물들이 어느 공간에서든 쉴새 없이 피워대는 담배마저도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1화 백기태, 2화 장건영, 3화는 배금지의 나레이션을 중심으로, 장기 집권을 노리는 권력과 이들의 뒷배가 되었던 중앙정보부의 음습한 과거를 조명한다. 이런 구성은 그 시절을 모르는 이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주지만, 보는 이에 따라 다소 설명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극은 뒤로 갈수록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이들의 욕망이 맞붙기 시작하면서 속도감이 붙는다.

모든 배우들이 뛰어나지만 백기태를 연기한 현빈의 연기가 두드러진다. 그는 비정한 악역 연기로 멜로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라는 기존 인상을 지워냈다. 현빈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최고의 권력 기관 중 하나인 중앙정보부의 위압감이 인물 자체에서 드러나길 바랐다”며 역할을 위해 벌크업과 운동을 병행해 체중을 13~14kg 증량했다고 밝혔다.

<내부자들>(2015) <마약왕>(2018) <남산의 부장들>(2020) <하얼빈>(2024) 등 시대물을 연출해온 우민호 감독은 ‘시네마틱 시리즈’(영화같은 드라마)를 표방하며 완결성 있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 듯 각 회차를 마무리한다. 우 감독은 “현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시대극을 만들고자 했다”며 “각 캐릭터가 지닌 시대의 욕망을 통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외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공개 이틀 만인 26일 기준 디즈니+ 글로벌 차트 3위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31일 3·4회가 공개된 이후 한국·홍콩·일본·대만 등 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 6화로 공개되는 이번 시즌은 오는 7일에 5회, 14일에는 6회 에피소드 공개를 남겨두고 있다. 제작진은 2026년 하반기에 시즌2 공개를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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