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선거구제 개편
지난 총선 민주·국힘 총 득표율 5.4%差
의석수 무려 71석 벌어져 ‘표심과 괴리’
아무리 근소한 차이로 져도 ‘死標’ 전락
유권자 ‘사표 방지 심리’가 양당제 강화
정치권·학계 중대선거구제 확대 공감대

12·3 비상계엄과 그 여파로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는 우리 사회 내부의 극심한 정치 양극화와 갈등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가 됐다. 국민 다수가 양쪽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를 적대시하며 반목했고 ‘통합’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정치 양극화에 대한 우려는 국민 상당수가 체감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창간 36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현재 한국 정치가 양극화돼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중 75%는 ‘매우 양극화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정치 양극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소수정당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해 양당제를 고착화하는 ‘소선거구제’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와 더불어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사표 양산, 민의 왜곡… 소선거구제의 그늘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는 필연적으로 사표가 많이 발생한다. 사표의 발생은 정치 갈등 심화, 정치 양극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아무리 근소한 차이가 났다고 해도 패자 쪽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 사표가 많아지면 민심이 왜곡될뿐더러 유권자들로 하여금 사표 방지 심리를 갖게 한다. 결과적으로 양당제가 더욱 강화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체 지역구 득표율은 각각 50.5%와 45.1%로 5.4%에 불과했지만 의석수로는 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을 차지해 무려 71석의 차이가 벌어졌다.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소수정당 당선율↑
소선거구제는 대통령제와의 조응성은 나쁘지 않지만, 정치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는, 소수정당에도 기회를 보장하고 양당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확대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서도, 선거구제 개편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소선거구제인 총선과 달리 하나의 선거구에서 2∼4인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긴 하지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다수가 2인 선거구로 결정되다 보니 사실상 양당 이외의 소수정당이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제도 아래서는, 소수정당이나 다양한 정치 세력이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려는 기초의회 선거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고, 국회는 논의 끝에 제8회 지방선거에 한해 30개 선거구에서 3∼5인 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다. 서울 8곳, 경기 6곳, 인천 4곳, 대구 2곳, 광주 3곳, 충남 7곳 등에서 확대된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됐다.
시범 운영 결과, 소수정당 후보의 당선 사례는 이전보다 늘어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12월 발간한 ‘제8회 동시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의 효과와 한계’ 보고서에 따르면, 30개 시범선거구 109명의 당선자 중 소수정당 후보는 4명(3.7%)이었다. 이는 전체 선거구에서 소수정당 당선율이 0.9%였던 것에 비해 약 4배 높은 수치다.

◆정치권·학계서 중대선거구제 확대 목소리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정치권에서도 선거제도 개편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이번 기회를 정치 양극화의 악순환을 끊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기와 함께 선거구제 개편, 대선·총선·지방선거 일정 통합 등을 제안했다.
전문가들도 중대선거구제 확대의 필요성에 입을 모은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이라며 “민의를 의석에 반영할 수 없는 선거제도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과 교수도 “(분열된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구조적인 요인은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나 소선거구제라고 불리는 단순 다수 대표제와 같은 선거제도로 인한 정치 양극화”라고 지적하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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