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하메네이의 앞날

2025-06-18

이란은 신정(神政) 일치의 이슬람 공화국 체제다. 국가원수는 4년마다 선거로 뽑히는 대통령이 아니라 ‘라흐바르 에 모아잠’(최고지도자)으로 불리는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다. 그래서 ‘신의 징표’란 뜻의 경칭인 ‘아야톨라’가 이름 앞에 붙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제정된 헌법은 라흐바르가 국가원수와 최고 종교지도자는 물론이고 군 통수권자와 사법·입법·행정부의 상징적 수장도 겸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임명권을 가진 최고지도자는 4년마다 선거로 뽑히는 의회의 3분의 2 찬성을 얻으면 대통령을 해임할 수도 있다.

현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초대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세상을 떠나자 바통을 이어 36년간 절대 권력을 행사 중이다. 하메네이 집권 이래 이란 최초의 개혁파 대통령인 모하마드 하타미(1997∼2005년 재임)가 언론의 자유 확대, 여성 인권 개선 등 개방노선을 추구한 바 있으나 여전히 권위주의 통치가 지배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 13일부터 본격화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신변 위협까지 받는 신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메네이 제거 관측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이는 갈등을 심화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끝낼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불만이 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다. 트럼프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소위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거기서 안전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스라엘의 공습 후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하메네이는 18일 새벽 소셜미디어에 “테러범인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글을 올려 항전을 독려했다. 일각에선 그의 운명을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끝까지 저항했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비교하는 이도 있다. 후세인은 2003년 미군에 생포된 뒤 2007년 시아파 주민을 집단 학살한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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