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D현대·한화, 20조 美함정 MRO 수주전 첫 격돌

2025-02-20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처음으로 맞붙는다. 최근 해외 군함 건조 사업에서 K조선 원팀을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으나 MRO 사업만큼은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연 20조 원 규모의 미국 함정 MRO 사업을 위해 하청업체의 정비 시설까지 활용하는 등 가용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참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회사로서는 첫 미 MRO 사업 도전이다. 앞서 한반도와 서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7함대는 이달 중 군수지원함 MRO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공고했다. 이미 두 척의 MRO를 수행 중인 한화오션도 입찰 참여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미국과 함정정비계약(MSRA)을 체결해 해군 MRO 사업 입찰 자격을 갖췄다. HD현대중공업이 MSRA 획득은 더 빨랐지만 수주는 한화오션에 돌아갔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곧바로 수주에 나선 것과 달리 조선소 내 도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찰에 불참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HD현대중공업도 MRO 사업 수주로 방향을 돌리고 울산 조선소 내 4~5도크 슬롯을 배정했다. 통상 미 함정 MRO는 1척 단위로 수주가 진행돼 입찰 때마다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연초부터 MRO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 해군 함정 MRO 시장이 연간 20조 원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함정 MRO는 이익률이 15%에 육박하는 고수익 사업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은 5~6%였다. 미 해군 함정의 80%는 2010년 이전에 건조돼 MRO 수요는 크지만 이를 수행할 미국 조선소는 소수라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작업을 맡기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구체적인 수주 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3척, 한화오션은 최대 6척을 목표로 정했다. 조선사들은 최대한 MRO 수주를 늘리기 위해 가용 설비도 늘리고 있다. 조선소 내 도크뿐 아니라 지역 기자재 업체들의 수리 설비까지 동원해 MRO 역량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두 번째로 수주한 ‘유콘함’의 1차 수리를 지역 업체에 맡겼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MRO는 하청업체에서도 기본적인 수리가 가능해 수주 일정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기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5일 발의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1600조 원에 달하는 군함 시장 공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발의된 법안은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 해군 함정과 해안경비대 선박을 건조하고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본격적인 개화를 앞둔 미국 조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지주사인 HD현대는 최근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에서 근무한 이승기 전 행정관을 경영기획2부문장(상무)으로 선임했다. 김지훈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책임은 19일 미국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대담에서 “세계 최고 조선사로서 선박 건조와 수리 분야에서 더 많은 역량과 지속 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 방위산업에 더 많은 미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18일 미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을 맞았다. 켈리 의원은 미국의 조선업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인물로 양측은 미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켈리 의원은 “한국 조선업은 기술력과 생산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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