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이 헬기장 안전 규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노들섬 동측에 위치한 헬기장의 안전 문제로 인해, 국제지명 설계공모 당선작인 토마스 헤더윅의 ‘소리풍경(SOUNDSCAPE)’이 원안대로 들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서울지방항공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규제가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서울지방항공청에 이격거리 완화 요청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지방항공청에 노들섬 헬기장 전이표면 경사도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현재 노들섬 동쪽에 서울지방항공청 관할의 헬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전이표면이란 헬기 이착륙 시 충돌을 막기 위해 헬기장 주변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가상 사선이다. 현행 공항시설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헬기장의 전이표면 경사도는 원칙적으로 ‘2분의 1’을 적용해야 한다. 헬기장 경계선에서 2m 멀어질 때마다 건물 높이를 1m만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들섬 국제공모 당선작인 ‘소리풍경’은 공중보행로 구조물의 최고 높이가 약 25m에 달한다. 현 원칙을 적용할 경우, 높이 25m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헬기장 경계선에서 최소 50m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당선작은 공중보행로와 헬기장의 이격거리를 35m가량으로 설정했다. 헬기장 주변으로는 수영장과 사우나, 아이스링크 등 주요 시설이 배치됐다.
서울지방항공청이 김영배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울지방항공청에 경사도 기준을 ‘1분의 1’(1m 떨어지면 1m 높이 허용)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규제가 완화되면 이격거리를 25m로 줄일 수 있어 당선작 원안대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진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항공청은 올해 1월 서울시에 “현재 입지 조건상 2분의 1 이상 기준을 1분의 1 이하 경사도로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나, 전체 시설계획 평면도 및 관계기관 의견 등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라며 “관계기관 의견조회 완료 후 공장물 설치 가능여부, 위치 등이 확정되면 장애물제한 표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단을 유보하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김영배 의원실에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이 완공되면 이용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헬기의 안전운항을 위한 시설물 설치와 안전관리 계획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노들섬 헬기장에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울지방항공청은 비즈한국에 “올해 1월 보낸 공문 이후로 서울시와 헬기장 문제를 협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헬기 이착륙 시 출입 통제…건물 위치 따라 맹꽁이 서식지도 영향

헬기장 규제를 지키기 위해 동쪽 건축물을 서쪽으로 더 밀어내게 되면 맹꽁이 서식지도 영향을 받는다. 당초 서울시는 맹꽁이가 서식하는 동측 숲을 생태 숲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존 설계공모 디자인에서 일부 구조물을 동쪽으로 회피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운영상 문제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노들섬 공중보행로에 입장료 5000원을 받을 계획이지만, 헬기 이착륙 시에는 안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될 수도 있다.
서울시는 동쪽 헬기장과 그 인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디자인 공모를 하면서 숲 ‘전체’를 디자인하게 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 당시 서울시는 “서쪽 일부만 개방하던 것을 지상 전체와 수변, 공중까지 온전히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자인 공모는 말 그대로 디자인 공모다. 본 설계와는 차이가 있다는 전제가 있다. 그렇기에 디자인 당선안과 실제 실행되는 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들섬 헬기장은 서울지방항공청이 관할하지만, 헬기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노들섬은 비행금지구역이며, 비행 허가 권한은 국방부에 있다. 허가 기준도 국방부에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헬기장은 민간 사용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군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국방부와 군 고위 간부들이 노들섬 헬기장을 이용하게 됐다는 지적이 국회 청문회에서 나왔다. 지난해 1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후보가 피습 당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될 때도 노들섬 헬기장을 사용했다. 군에서 노들섬 헬기장을 이용할 경우 노들섬 통행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이 구역은 수변문화공간 조성공사로 통행이 전면 금지된 상황이다.
서울시가 헬기장과 관련해 ‘이전’을 협의한 적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지방항공청 등 관계 기관과 헬기장 규제 문제 등을 협의하고 있다. 헬기장 존치 여부는 항공청 권한이며, 이전에 대해서는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그간 노들섬의 동쪽을 활성화할 수 없었던 이유는 생태계보호 목적보다 헬기 이착륙 시 안전거리 확보, 안보 등의 목적이 크다고 봐야 한다. 설계 공모 시 동쪽 이용을 활성화한 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것은 서울시가 자초한 무리수로 보인다. 국방부, 서울지방항공청과 협의를 끝내지 않은 채 기본 및 실시설계를 먼저 한다면 설계비 매몰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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