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자신을 국제 분쟁의 '평화 중재자(peacemaker)'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특히 가자지구, 이란·이스라엘 긴장,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초기부터 집중 언급하며,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취임 200일을 맞은 시점, 그의 약속들은 현실과 크게 괴리가 있다. 200일 동안 미국이 개입한 외교적 노력은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어느 분쟁도 근본적인 해법에 다가서지 못했다.
갈등은 오히려 격화되거나 교착 상태에 진입했고 인도적 위기는 심화되고 있으며, 트럼프와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

◆ 가자지구, 중재자였던 미국은 '구호 책임자'로만 남았다
2월 4일 트럼프는 가자지구 행정권을 "미국이 직접 인수하겠다"며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집트나 요르단으로 재정착시키겠다는 강제 이주 구상을 제안했다. 국제사회, 특히 아랍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미국은 28억달러 규모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를 승인하며 군사적 접근을 강화했다
중재를 주도했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협의하며 60일 휴전, 인도주의 지원 확대 등을 논의했지만, 최근 도하에서의 중재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협상 팀을 철수했다.
지금 가자는 대규모 기아와 질병, 인도적 구조의 실패 속에서 주민 수천 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구호 인프라는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다. 하루에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이들도 계속 늘고 있다.
트럼프 자신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6000만달러 규모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식량 센터와 에어드롭은 전체 인구의 식량 요구량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국제사회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 이란·이스라엘, 핵 위협과 군사 충돌 여전
트럼프는 5월 말 "이란과의 협상이 막바지에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란 최고지도부 측근은 미국의 핵 통제 요구를 '환상'이라 평가하며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6월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군사용 고농축 우라늄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축적했다고 확인한 직후, 미국은 이란 주요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이어졌고, 이란은 협상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란에 "사탕보다 진압이 효과적이었다"고 과격한 어조로 비난하며 추가 공격을 암시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근본적 해결에 이르지 못한 채 여전히 교착 상태이며, 미국의 직접 중재 노력은 성과 없이 잦은 긴장 고조로 이어졌다.



◆ 우크라이나戰, 협상 표적은 있었지만 평화는 없었다
트럼프는 2월 28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하며 평화 구상을 제시했지만, 언쟁 끝에 회의는 공중 분해됐다.
트럼프는 "8월 8일까지 전쟁을 끝내라"는 최후 통첩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냈지만, 러시아는 기존 조건을 고수하며 평화 제안을 거부했다.
현재까지 트럼프는 새로운 대러 제재를 실행하지 않았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했던 러시아 제재를 6개월간 유예하면서 러시아가 군수 산업을 회복하도록 여건을 조성했다는 상원의 보고도 나왔다.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 고위층과 접촉 중이며 협상 가능성을 타진 중이지만, 러시아의 전술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매번 휴전을 방해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초 평화의 중재자로 자신을 내세우며 화려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취임 200일 시점에서 어떤 분쟁도 본질적 해결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자지구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고 ▲이란과 이스라엘은 핵 문제를 중심으로 극한 충돌로 치달았고 ▲우크라이나 전선의 협상은 요원하고 전투는 심해졌다.
이는 미국과 트럼프가 제시한 중재 전략이 사실상 표면적인 외교 이벤트에 머물렀을 뿐 지속 가능한 평화 모델로 전환되지는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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