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임기 2026년 6월 종료
김 대표 "사퇴 언급 시기상조, 사태 수습 먼저"
전문가 "수습 이후 사퇴는 당연한 수순일 것"
"대표로서 올해 안에 책임지는 모습 보일 것"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수색 작업이 종료됐다. 이제는 진상 규명과 책임소재 파악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일각에서 대형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경영진 사퇴가 거론되는 가운데,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소방, 경찰, 국과수 등 수습 당국은 사고 현장의 대규모 수색 작업을 전날 마쳤다. 사망한 179명의 희생자 시신 수습을 완료했고, 이날 모두 유족에게 인도됐다. 유가족 상당수가 장례 절차를 시작한 만큼 공항 대합실에서 진행되던 정부 브리핑도 전날 종료됐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수습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국면은 진상 규명과 책임소재 파악의 시간으로 전환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는 전날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 키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녹취록 작성을 마쳤다.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 비행기록장치(FDR)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로 이송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격납고로 이송한 2개 사고기 엔진과 부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사고 원인 규명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제주항공 경영진의 책임론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아직 항공사 귀책 사유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과실 유무와는 무관하게 참사 책임을 위한 경영진 사퇴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의 사퇴를 예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정도의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경영진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라며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사퇴 등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김이배 대표의 출국 금지 조치 등이 의미하는 바를 봐야한다"면서 "중요 참고인 신분이 된 것은 그에 따른 책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고 수습 이후의 상황이 더욱 복잡한 만큼 경영진의 사퇴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은 바 있다. 김 대표는 참사 관련 4차 브리핑에서 "경영진의 책임에 대해서는 거론하기가 시기상조"라면서 "사고 수습 이후의 과정도 굉장히 복잡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 경영진은 이에 대한 협의하고 책임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후 안전 대책 관리 강화 차원의 동계 운항 스케줄 조정 계획도 밝혔다.
김 대표는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선 3월까지의 동계기간 운항량을 10% 내지 15% 감축해서 운항 안전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예약 및 편수 조정 등에 대해선 "기존 예약 고객들은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편으로 좌석을 대체할 수 있는 노선 또는 타 항공사 등에 모실 수 있는 쪽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즉각적인 사퇴보다 사태 수습 및 경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를 비롯한 제주항공은 실제로 유가족에 대한 조치 외에도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앞서 언급한 운항 스케줄 조정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와 다른 경쟁사의 협조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일인 만큼 주요 경영진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참사 이후 정비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는 만큼 자체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제주항공은 일상 정비는 자체 수행하지만 중정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외 MRO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게 현실이다. 정비 인력도 국토부가 규정한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인 12명을 겨우 턱걸이로 지키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채용 등 조치가 필요하다.
유동성 문제도 해결 과제 중 하나다. 참사 직후 이틀 간 발생한 제주항공 취소표는 약 6만8000건에 달한다. 이에 따른 비용 손실은 2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 측은 1400억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 우려는 없다고 밝혔지만, 오는 3월까지 약 1900편의 항공편 감축까지 계획하고 있어 매출 감소로 인한 유동성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사로서 크게 타격을 입은 신뢰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막대한 취소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제주항공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현재 항공권 구매 앱을 보면 전부 제주항공 취소표"라면서 "이렇게 바닥을 친 신뢰도는 항공사의 존폐 여부를 결정짓기도 하는 만큼 김이배 대표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워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으로 재분배 예정이었던 노선도 무너진 신뢰로 확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한 중복 노선을 LCC 중심으로 배분할 방침이었다.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을 이관 받은 만큼 대부분의 노선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위주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참사로 신뢰를 잃은 제주항공이 노선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교수는 "끝까지 임기를 채우면서 이후 상황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국민 정서상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사퇴와 같은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신뢰도와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 제주항공이 어떠한 조치를 취하며 쇄신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 역시 "김이배 대표의 임기 만료 전까지는 모든 사태 수습이 완료될 것"이라면서 "임기를 모두 채울 순 없을 것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모든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