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으로 얼마나 많은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되나요?”
스스로 생각하고 추론하는 LG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 4.0 VL(Vision Language)’에게 중동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보여주자, 즉각 “하루 420만 배럴의 석유를 공급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고서 본문에는 관련 내용이 직접적으로 적혀있지 않다. 대신 국가별 색상으로 구분한 공급량이 인포그래픽 형태로 표시돼 있다. 엑사원은 이미지 분석을 통해 한국·일본 범주에 해당하는 색상을 연결해 결과를 정확하게 도출해낸 것이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단순 텍스트 수준이 아니라 표와 차트를 이해하고 인사이트(통찰력)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이 전문 보고서 분석부터 암 진단, 신약 개발, 투자 수익 예측까지 산업 곳곳에서 구현될 수 있는 AI 모델 ‘엑사원 생태계‘를 22일 처음 공개했다. LG AI연구원은 이른바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지시로 2020년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배경훈 전 연구원장(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임으로 선임된 임홍락·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AI 토크 콘서트 2025‘ 연단에 올라 이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엑사원은 2021년 말 LG AI연구원이 처음으로 공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멀티모달(다중정보) AI 모델이다. 이후 빠르게 기술 개발을 이뤄져 지난주에 엑사원 4.0 모델을 공개했다. 엑사원 4.0에서 파생돼 복잡한 문서와 이미지, 분자식 등을 이해하는 ‘엑사원 4.0 VL’ , 데이터 생산 플랫폼 역할을 하는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 등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

AI연구원은 엑사원 생태계를 활용해 LG그룹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함께 추진하는 ‘투자 수익률 예측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AI연구원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뉴스·공시자료 등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영 AI사업개발부문장은 “올 3분기 내 상용화할 예정”이라며 “야후·구글 파이낸스에서도 누구나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LG그룹 내부에서만 사용되던 생성형AI 챗봇 서비스인 ‘챗엑사원’도 이날 오픈 베타 형태로 외부에 처음 공개됐다. 현재 기업·공공기관·연구기관 이메일로 가입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최정규 AI에이전트그룹장은 “챗엑사원은 국가핵심기술 문서까지 사용할 수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획득했다”며 “모델 라이선스 범위를 교육 목적까지 확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형 공동원장은 “AI 모델 개발을 넘어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해 사업적 가치를 만들고 범용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춰나가 글로벌 파트너사와 함께 AI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홍락 공동원장도 “엑사원의 원천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