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제품은 어느새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자제품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스마트폰, 노트북, TV, 냉장고 등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전자제품의 사용량 증가에 따라 폐기물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전자제품 폐기물(E-Waste)은 부피가 크고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적절한 회수와 재활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경 오염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일찍이 포장재뿐만 아니라 전자제품을 대상으로도 생산자 책임 재활용(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를 도입해 전자제품 생산자가 제품의 환경적 책임을 지게 했다. 국내에서도 2008년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통해 '환경성보장제도'라는 명칭으로 전자제품 EPR 제도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환경성보장제도는 생산자에게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린 폐전자제품의 회수·재활용 의무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제품 내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고, 환경과 재활용을 고려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 생산자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폐기까지 지속 가능한 방식을 고려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소비자도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문화를 확산시켜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에 동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환경부 인가 비영리 공익법인인 E-순환거버넌스(이사장 정덕기)는 전자제품의 자원순환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1500여 개 회원사(전자제품 생산자)의 폐전자제품을 회수하고 전국 50개 재활용 수집소로 인계해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회수된 폐전자제품은 단순히 분리배출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과정을 통해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순환경제 실현에도 기여한다.
또 E-순환거버넌스는 친환경적으로 설계해 재활용이 용이한 전자제품을 평가하는 'E-순환우수제품' 인증을 운영함으로써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전자제품을 쉽게 식별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신뢰성과 공정성을 갖춘 친환경 인증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환경 보호와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운영하는 민간 인증제도로, 전자제품의 친환경성과 자원순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E-순환거버넌스는 정성적 요소로 볼 수 있는 '친환경성'과 '자원순환성'을 정량화해 평가한다. 이를 위해 유럽의 '에코디자인 규정(ESPR·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 Regulation)'과 미국의 '전자제품 환경평가 도구(EPEAT·Electronic Product Environmental Assessment Tool)'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성 평가방법을 국내 실정에 맞게 개선해 인증기준을 마련했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기준은 △해체 용이성(분해 용이성·선별 용이성) △재활용 용이성(재질 단순화·재질 표기·플라스틱 재활용 용이성·재활용 가능률) △환경 영향 요소 저감(유해물질 저감·저해물질 저감) △회수 및 재활용 책임(재활용 사업자 및 소비자를 위한 정보 제공) △사용 물질 저감(재활용 원료 함유율) 등 총 11가지로 구분한다.
E-순환거버넌스는 인증 운영을 시작한 2023년부터 전기·전자제품 업계, 재활용·자원순환 전문가 및 시민단체와 협력해 인증기준을 고도화하고, 일관성 있는 인증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자제품 전문가가 제품을 직접 해체하고 분석해 평가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더욱 정확한 평가 결과를 도출해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를 향상시켰다.
E-순환거버넌스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인증기관 요구사항인 'KS Q ISO·IEC 17065' 체계를 구축했으며 제품인증 전문가, 재활용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인증심의위원회에서 인증제품 선정 여부를 심의해 제품의 적격성을 판단하고 인증을 부여한다.
◇TV·냉장고 등 'E-순환우수제품' 선정
지난해 LG전자, 쿠쿠홈시스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78개 모델이 'E-순환우수제품' 인증을 취득했다.
제조사별 인증 현황을 살펴보면 △LG전자는 TV 5개·세탁기 7개·냉장고 42개 등 총 54개 모델 △쿠쿠홈시스는 정수기 5개 모델 △쿠쿠전자-음식물처리기 7개 모델 △KT는 셋톱박스 2개 모델 △휴롬은 음식물처리기 10개 모델 등이다. 올해도 연말까지 신규 인증 신청 제품을 평가한다.
최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수입 및 판매사는 제품 사용 단계뿐만 아니라 재활용 단계도 가치사슬에 포함돼 기업 ESG 평가대상이 된다.
제품 폐기 단계에서 재활용은 다양한 부가적인 활동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재활용을 통해 재생 가능한 자원의 생산을 촉진하고 잔류냉매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예방하며, 원료 물질 채굴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자원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기업 ESG 평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 ESG 평가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폐기물 재활용을 추진하고 환경 관리를 실천하면 그 기업은 환경보호와 자원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의 ESG 평가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증기업과 함께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 추진
E-순환거버넌스는 기업의 경제적·환경적 가치 창출과 소비자의 친환경 가치소비를 함께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인증제품 홍보와 소비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E-순환우수제품 구매 페스티벌(E-순환페스티벌)'을 개최해 기업과 소비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계획이다.
E-순환페스티벌은 E-순환거버넌스와 인증을 획득한 전자제품 제조사가 함께하는 행사로, E-순환우수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할인, 페이백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오는 6월부터 참여 제조사 또는 E-순환거버넌스 홈페이지에서 이벤트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행사는 단순한 소비 촉진을 넘어, 친환경 소비문화의 확산을 목표로 한다. 행사 참여 기업은 자사 제품의 친환경성을 강조할 기회를 획득하고, 소비자는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소비를 경험할 수 있다.
E-순환거버넌스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소비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경제 구축을 위한 실천”이라며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선호할수록 기업은 친환경 제품 개발에 더욱 힘을 쏟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순환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을 통해 자원순환 사회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E-순환우수제품이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