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페라 20년’ 유럽과 어깨 나란히

2024-10-21

중반 넘긴 21회 축제 ‘순항’

메인 작품들 공연에 찬사 이어져

창작 오페라 제작 시스템화 성과

‘오페라 유러파’ 가입 승인도 받아

정갑균 관장 ‘희귀성’전략 결실

제2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이하 대구오페라축제) 메인 작품들이 호평을 이끌며 올해 축제가 순항하고 있다.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대작들이 국내외 관객들을 대구로 불러 모으고, 자체 제작 역량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중반을 넘긴 올해 축제가 대구가 오페라의 고장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 가고 있다.

◇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메인 작품들의 향연

30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다시 만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가 축제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며 대구오페라축제의 위상을 입증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자체 제작 역량을 또 한 번 갱신한 ‘장미의 기사’는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오페라이자 슈트라우스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공연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올해 축제 무대에선 휴식 포함 세 시간 반이 넘는 긴 공연 시간에도 관객들은 매순간 열광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두 번째 메인 작품인 비발디의 ‘광란의 오를란도’도 국내 오페라의 새로운 역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최고의 바로크 오페라를 국내 초연이자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였다. ‘광란의 오를란도’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오페라 애호가들까지 대구로 모였다. 바로크 오페라에 목말랐던 관객들에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는 후문이다.

세 번째 메인 작품이었던 ‘264, 그 한 개의 별’은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창작 및 제작 역량을 가늠한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는 평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민족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본명 이원록)를 소재로 그의 생애와 문학적 업적을 고찰한 이 오페라는 2021년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진행해 온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연구회’ 사업의 첫 번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264, 그 한 개의 별’은 지금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회를 통해 대본 리딩과 쇼케이스를 진행했고, 올해 축제에서 전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연구회’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창작 오페라 제작이 시스템화 됐다는 점에서 성과로 꼽힌다.

축제가 중반을 넘기면서 아쉬움이 올라온다면 아직 이르다. 남은 3개의 작품을 예매하면 된다. 국립오페라단 60주년 기념작 오페라의 거장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인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달빛동맹의 성과인 광주시립오페라단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국립오페라극장이 만든 푸치니 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3년 전부터 대작들의 행렬로 글로벌 문화 콘텐츠 구축으로서의 입지 다져

대구오페라축제는 지난 20년간 꾸준하게 성장해 왔고, 지난 3년 사이에 비약적인 성과들을 도출했다. 국내에선 보기 힘든 대작 오페라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명실공이 국제적인 오페라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세다. 먼저 제19회 대구오페라축제 무대를 달군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 극장의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편 공연이 한국 최초 시도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 5편이 나흘에 걸쳐 무려 16시간의 공연을 펼치는 대작이었지만, 티켓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해 축제에 선보인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도 국내에서 23년 만의 공연으로 주목받았다. 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심청’ 프로덕션은 기획 단계부터 해외극장 간의 공연 교류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고, 공연 이후 유럽의 오페라 극장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유럽과 교류의 물꼬가 터졌다.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발,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 극장 등의 무대에 오르게 됐고, 해외 유수의 오페라 극장들에서 초청공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인 제20회 대구오페라축제 무대에 오른 오페라의 명작으로 꼽히는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는 그해 국내 오페라계의 가장 큰 이슈로 등극했다. 슈트라우스의 15편 오페라 중 단 3편만 국내에서 공연됐기에 ‘엘렉트라’의 국내 초연 소식은 반향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대구를 가야 한다”는 분위기는 이제 국내 오페라계의 흐름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20여년에 걸친 꾸준한 성장세에,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페라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운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의 ‘희귀성’ 전략이 만나 이룬 결실이다.

지난 3년간 정 관장은 ‘국내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대작 오페라’를 축제 무대에 올리며 희귀성에 부합했다. 그 결과 대구오페라축제를 국제적인 오페라 축제로 발돋움시켰고, 대구를 글로벌 문화 콘텐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대구시의 비전에 한 걸음 다가갔다.

◇ 대구오페라하우스 세계 속의 오페라극장으로 성장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성공은 광역지자체들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추진 붐으로 연결되고 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건립 중에 있고, 울산시도 울산교 인근 태화강 건립이 예정됐고, 강원특별자치도 원주도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인천시도 타당성 용역이 진행 중이고, 광주시도 건립을 구상 중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대구가 오페라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국내 지자체의 오페라극장 건립 붐을 이끈 성공 이면에는 2017년 대구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지정이 자리한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지정으로 유럽의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들과 대구오페라하우스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우수한 제작 역량은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배경이 됐다.

지난 8월에 유럽의 오페라 시스템인 ‘오페라 유러파’ 가입 승인을 받아낸 것이 가시적인 성과다. ‘오페라 유러파’는 국내에선 예술의 전당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회원으로 가입됐지만 오페라전용극장으로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유일하다. 향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들은 ‘오페라 유러파’에 유럽 오페라극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일한 홍보를 받게 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창·제작 오페라가 ‘오페라 유러파’를 기반으로 세계 주요 오페라 허브의 플랫폼에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오페라 유러파 가입 이전인 2020년에는 전 세계 200개의 극장을 회원으로 하는‘오페라 와파’에 가입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매년 진행되는 ‘오페라 와파’는 음악 관련 포럼이다. 올해 포럼의 주제가 오페라인데 정갑균 관장이 아시아를 대표한 발제자로 낙점돼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위상을 새삼 확인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관장은 “21회째를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에 부합하고, 대구가 글로벌 문화 콘텐츠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위치로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축제의 방향성이나 정체성을 공고히하며 지속가능한 축제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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