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길고양이를 자연에 맡기라고?

2025-05-07

길고양이가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남녀가 많다. 혹한과 폭염에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굶주리는 생명체를 불쌍히 여기는 이들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어쭙잖은 말장난 뒤에 숨지 않는다. ‘그대로 두라’며 생태계 운운하지도 않는다. 측은지심으로 족하다고 나는 본다.

안쓰러워하는 데서 나아가, 행동하는 양심이 된 경우가 ‘캣맘’이다. 골목골목 길고양이들에게 밥과 물을 주는 그들에게 자연의 순리를 들먹이며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도시에는 흙길이 없다. 포장도로에서는 물 한 모금 구할 수 없다. 사방이 콘크리트 빌딩숲이다. 들어갈 처마 밑도 없다.

그렇게 좋으면 당신네 집으로 데려가라는 댓글 한 줄 달면서 이성적인 척해도 안 된다. 그들은 이미 여러 마리를 구해다가 보살피고 있다. 자기 돈으로 사료를 사고, 자기 발품을 들여 공존공생을 실천한다. 어느날 갑자기 출현하지도 않았다. 조선시대에도 ‘묘마마(猫媽媽)’라고 불린 선량한 백성들이 길고양이를 챙겼다.

길고양이를 노리는 흉악한 자들이 공분을 사는 사건이 반복되는 세상이다. 나중에 연쇄살인범이 될 수도 있는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정신병리학적 요소 중에는 동물학대로 대표되는 사디즘이 있다. 보통사람도 유년기에는 경미한 수준의 가학성이 있다. 교육으로 교정 가능한 정도다. 연쇄살인범의 싹에게 만큼은 예외다. 장차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연습과정일 따름이다.

다만, 길고양이 개체수는 조절해야 한다. 용어부터 섬뜩한 살처분을 하자는 게 아니다. 무한번식을 방지하는 중성화(TNR)가 현시점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포획(Trap)-중성화수술(Neuter)-방사(Return)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길고양이의 왼쪽 귀에 ‘V’자형 표시가 있다면 중성화수술을 받은 것이다.

나는 전 서울시장에게 길고양이 무상 중성화수술을 제안한 바 있다.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더 할 수도 있으나 길고양이 수술에만 전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루에 5마리만 거세(수컷)하거나 난소자궁 제거(암컷) 시술을 하겠다고 했다. 1년이면 1800마리다. 그러나 그 시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본인이 아닌 엉뚱한 수의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원치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선의의 재능기부 실천 의지는 어쨌든 그렇게 꺾이고 말았다.

우리집에는 반려묘가 있다. 이른바 ‘품종묘’는 아니다. 어느 대학생이 빈사 상태의 새끼고양이를 주워 내 병원으로 안고 왔다. 결국 살려냈고, 자연스럽게 집고양이가 됐다. 이름은 ‘갸릉이’, 이제는 늙어 만사 심드렁한 녀석이다. 그래도 저 위하는 건 잘 안다. 경계를 풀고 다가와 몸을 비비고, 박치기를 하고, 알아듣지 못할 대화를 시도한다. 주인의 품에서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다. 믿음에 근거한 방심으로 배를 내놓은 채 곯아떨어지기도 한다. 감동이라는 감정, 거창한 게 아니다.

길고양이의 미래가 장밋빛 해피엔딩이기를 바란다. 상당부분 희망적이기도 하다. ‘도둑고양이’라는 단어가 죽은말이 됐다는 사실에서 성선설을 감지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길고양이’가 등재된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반려동물 가운데 30%를 차지한 고양이가 언어생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 셈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늘수록 길고양이의 안전은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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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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