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에게 이렇게 애틋한 고부지간이 또 있을까. 배우 故 김수미와 그의 며느리 배우 서효림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특별하다.
두 사람은 인연부터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김수미와 서효림은 2017년 MBC 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모녀관계로 만나 인연을 맺었고, 이때부터 서효림은 고인을 ‘엄마’라고 부르며 가깝게 지냈다. 이후 2019년 서효림이 김수미의 아들이자 나팔꽃 F&B 대표인 정명호와 결혼하며 가족이 됐다.
김수미는 생전 아들보다 며느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더 자주 드러냈다. 김수미는 “무슨 일이 있을 때 며느리를 여자 대 여자로 본다. 시어머니가 날 사람 대 사람으로 봐주신 것처럼 나도 우리 며느리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한다”며 남다른 고부 사이를 자랑했다.
또 아들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던 때를 언급하며 “그때 우리 며느리 마음이 상할까 봐 며느리 앞으로 내 집을 증여해 줬다”며 “만약 며느리 마음이 돌아서서 이혼하게 되면 법적 위자료 5000만원밖에 못 받는 상황이니 이 돈으로 아이랑 잘 살라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MBN ‘알토란’에는 서효림이 음식으로 김수미를 추억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서효림은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 관련해서 방송 섭외가 많이 왔었다. ‘나가서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주제가 엄마한테 해주고 싶던 요리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서효림은 요리에 앞서 음식 재료를 사기 위해 김수미와 자주 갔던 남대문 시장에 방문했다. 며느리보다 더 오래 김수미를 알고 지낸 시장 상인들은 “털털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엄마처럼 다정하게 말 걸어주셨다”, “너무 그립다”며 고인의 따뜻했던 모습을 추억했다. 이에 서효림은 “어머니랑 왔던 곳이랑 아는 분들을 보니까 너무 힘들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후 서효림은 스튜디오에서 김수미의 손맛을 전수받은 음식들을 요리했다. 서효림은 “(어머니가) 내가 죽더라도 이 음식은 꼭 해먹었으면 좋겠다고 한 음식이 있다”며 새우 간장조림과 풀치조림을 선보였다. 특히 풀치조림은 김수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해줬던 반찬이었다고 전해 먹먹함을 더했다.

완성된 서효림의 음식에 그의 남편이자 김수미의 아들인 정명호도 감동했다. 정명호는 “맛이 많이 비슷하다. 사실 그 맛 못 볼 줄 알았는데 잘하더라”라고 감탄했고 “음식을 잘하니까 더 예뻐 보인다. 엄마가 아내의 요리를 맛보면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효림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고인의 빈자리를 느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1월27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고 일어났더니 눈이... 너무 아름다운데, 읍내도 못 나가고 고립됐다. 전원주택의 고충”이라며 눈이 쌓인 영상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추운 걸 싫어하셨지만, 눈 내리는 날은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엄마”라며 김수미를 그리워했다.

앞서 같은 달 5일 ‘2024 MBC 연기대상’에서는 서효림이 김수미의 특별 감사패를 대리 수상했다. 시상대에 오른 서효림은 “어머니가 ‘어제는 과거고 오늘은 선물이고 내일은 미스터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MBC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해주신 관계자 분들 너무 감사하다”고 따뜻한 위로와 같은 소감을 전했다.
한편 故 김수미는 지난해 10월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 이어 신현준과의 마지막 모자 연기를 담은 영화 ‘귀신 경찰’을 유작으로 남겼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