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호][특별인터뷰]윤의준 공학한림원장, “전자신문, 韓 산업·기술혁신의 나침반”

2025-08-31

43년간 우리 산업과 기술 발전의 궤적을 함께해 온 전자신문이 1만호를 맞았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이를 “전자·산업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 여정”이라고 평가하면서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에서 전자신문은 든든한 나침반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정보통신기술(ICT)과 산업정책 변화를 곁에서 기록해온 산증인으로서 전자신문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제15대 공학한림원 회장으로 취임한 윤 회장은 전자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지금은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을 재편하는 격변기”라며 “전자신문 또한 기술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산업과 정책을 잇는 지식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전자신문이 1만호를 맞았습니다.

▲전자신문 1만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982년 창간 이래 43년간 전자신문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우리나라 ICT와 과학기술 발전의 변천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 산업과 기술 발전의 맥락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며 기록해 온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산업 태동기부터 ICT의 급속한 성장, 4차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의 디지털전환 시대까지, 전자신문은 단순한 보도를 넘어 산업 트렌드를 선도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자신문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했습니다. 기술 변화 흐름을 빠르게 포착해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우리나라가 산업 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평가합니다. 1만호라는 숫자는 단순한 종이 쌓임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발자취이자 미래를 열어가는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공학한림원 회장으로서도 매우 뜻깊게 보고 있습니다. 언론은 단순히 소식을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산업과 정책, 기술 연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그중 전자신문은 기술과 산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과 정부, 학계가 소통하는 장을 열어주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통상 문제 등 국가 핵심 어젠다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왔습니다. 공학한림원 또한 전자신문과 비슷한 사명을 갖고 있는데, 산업과 학문을 이어주며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전자신문이 큰 동반자였다고 평가합니다.

-앞으로 전자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는 AI가 모든 산업 영역을 재편하는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전자신문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AI 시대의 기술 트렌드 선도자 역할입니다. 전자신문이 1만호 기념 컨퍼런스 주제를 '한국형 AI 발전 전략과 비전'으로 설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합니다. AI 기술 개발부터 산업 활용, 새로운 도전과제 발굴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내용을 기대해 봅니다. 둘째, 융합적 사고를 촉진하는 지식 플랫폼 역할입니다. 현대 기술은 AI, 바이오, 소재,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40여년간 전자신문이 전문지에서 융합미디어로 진화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분야 간 경계를 허무는 통찰력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셋째,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자 역할입니다. 우리나라가 기술 혁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현실적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전자신문이 현장과 정책을 잇는 가교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해 주길 바랍니다.

-한국 산업이 맞닥뜨린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1세기 산업은 현재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원과 노동력이 성장의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기술 혁신과 글로벌 전략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기후 변화, 인구 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출 중심의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21세기 산업 재편의 가장 큰 동력으로 디지털전환과 지속가능성 추구를 꼽고 싶습니다. 디지털전환은 AI, 빅데이터, 바이오, 에너지, 모빌리티, 양자 기술 등 모든 산업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통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력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불안정성, 초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도전에 직면한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동력 속에서 우리나라가 생존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입니다. 첫째, 핵심 기술 주권 확보와 산업 고도화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같은 주력 산업에서는 AI 도입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미래모빌리티, 바이오,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신산업,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야 합니다. 둘째, 지역 균형 발전과 공정한 시장 질서를 세우고, 에너지 전환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아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셋째, 국제 협력과 글로벌 전략의 전환입니다. 미중 기술 경쟁, 미국의 관세 등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미래 기술 표준과 글로벌 규범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 양성과 제도 혁신입니다.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비해 공학 인재 양성과 유인을 위한 제도 혁신이 절실합니다. 이 전략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우리 사회의 복합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학한림원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산학연의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공학한림원이 수행하는 주요 역할과 주요 성과는 무엇일까요.

▲1995년 설립된 공학한림원은 우수 공학기술인 우대·발굴, 정책 제언, 국제교류, 공학기술문화 확산이라는 네 가지 핵심 역할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학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첫 번째는 우수 공학기술인 우대·발굴입니다. 회원 선발과 시상 사업을 통해 우수 공학기술인을 우대·발굴하고 있습니다. 공학한림원은 매년 8개월에 걸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입회원을 선발하며, 일반회원과 정회원 규모를 각각 400명, 300명 이내로 유지하여 전문성과 대표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학계 석학과 산업계 CEO와 CTO 등 약 1400여명의 공학기술 리더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학기술인을 발굴해 시상하는 사업으로 '대상', '젊은 공학인상', '일진·해동상', '원익 차세대 공학도상' 등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뉴프런티어상'과 '동진상'을 신설하였습니다. 특히 '대상' 상금은 올해부터 4억원으로 상향 조정하여 그 의미와 위상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두 번째는 공학한림원의 핵심 역할인 정책 제언입니다. 대표 포럼인 'NAEK 포럼'을 비롯한 다양한 포럼을 통해 시의성 있는 의제를 공론화하고, 각종 특별위원회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 전략과 정책을 제시해 왔습니다. 특히 산업미래전략위원회를 통해 '2030 미래기술 마스터플랜'과 'G5 메가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했고,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2040: 대체불가의 나라'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가 전략 수립에 기여해 왔습니다. 또한 'NAEK VOICE', 대선 정책총서 발간 등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제언을 지속하며, 국회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국제교류입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합니다. 공학한림원은 영국, 호주, 인도 등 세계 각국의 공학한림원과 협력하고 있으며, 한중일 및 아세안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해왔습니다. 특히 33개국 공학한림원으로 구성된 세계공학한림원평의회(CAETS)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공학계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공학기술문화 확산입니다. 2004년부터 매년 100여 명의 우수 공대생을 선발해 차세대 공학리더(Young Engineers Honor Society, YEHS)로 육성해왔습니다. 이들은 20년여년 동안 사회 각계로 진출해 공학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또, '주니어공학기술교실'을 통해 초등학생들이 첨단기술을 직접 체험하도록 돕고 있으며, 공학기술 도서 발간과 석학 멘토링 등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공학의 매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의 산업기술 역사서 '한국산업기술발전사'를 발간해 한국형 산업 발전 모델을 기록했고, 회원과 기업의 지지를 기반으로 단체 회비 제도를 확립해 재정적 자립 토대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도 공학한림원은 회원들의 지혜와 경험을 모아 대한민국이 직면한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고, 미래 산업 재편을 주도하는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고 들었습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공학한림원은 지난 30년간의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29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되는 공식 기념식에서는 '창립 30년사' 발간식과 비전 선포식이 함께 진행됩니다. 또한 올해 3월부터 추진해온 '정체성 TF' 사업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공학한림원은 이번 3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비전을 선포합니다. 국가 전략과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전략적 공공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회원들의 집단지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공학한림원 회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비전을 그리고 계십니까.

▲공학한림원은 지난 30년간 한국 공학계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과감하게 미래 어젠다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째, 청년 과학기술인과 기업가를 연결해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둘째, 탄소중립과 AI 융합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려 합니다. 셋째, 글로벌 연대입니다. 한국 공학이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와 호흡하며 지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언론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전자신문은 산업 현장과 정책 당국, 학계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공학한림원은 미래 담론을 설계하는 곳입니다. 이 두 조직이 만난다면 AI 윤리, 신재생에너지, 첨단 반도체, 우주 산업 같은 주제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 국제포럼을 공동 개최해 세계 전문가들을 모으고, 우리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세계적 담론을 접할 기회를 확대하는 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자신문 독자와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기술 변화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특히 AI로 대변되는 이번 기술 혁명은 단순한 도구의 변화를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접근법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전자신문 독자 여러분께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학습하는 자세'를 잃지 말자는 것입니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혁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꿉니다. 전자신문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을 갖추길 바랍니다. 산업계 관계자분들께는 '도전 정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우리나라가 기술 추격자인 시점에서 출범했습니다. 이제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도자로 개척해야 할 때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혁신적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전자신문이 앞으로도 우리나라 기술 발전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계속해 주길 당부 드립니다. 1만호에서 2만호로 나아가는 여정에서도 변함없는 사명감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공학한림원도 전자신문과 함께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 생태계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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