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덕션’ 전원을 끄지 않고 뜨겁게 유지하겠다.”
프로농구 창원 LG 포워드 정인덕(31)이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SK 안영준(29)이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인덕션을 꺼 버리겠다”고 도발하자 응수한 거다. 5일부터 열리는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에서 인덕션처럼 손끝이 뜨거운 정인덕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안영준이 포워드 매치업을 펼친다.
정인덕의 별명은 이름과 비슷해 ‘인덕션’이다. 코트에서도 모기업 제품인 인덕션처럼 빠르게 달아올라 결정적인 순간마다 3점슛을 터트린다. 불꽃처럼 뜨거운 수비로 상대 에이스를 녹여버린다.
정인덕은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 모두 중계사가 꼽은 수훈선수에 선정돼 인터뷰를 했다. LG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가 “정인덕은 연봉을 3배 올려줘야 한다”고 극찬할 정도다. 연봉 1억1000만원인 정인덕은 “3점슛을 성공할 때마다 마레이가 날 쳐다보며 ‘몸값이 올라간다’는듯 돈을 세는 제스처를 한다”며 웃었다.

정인덕은 별명 ‘인덕션’에 대해 “내 농구인생도 식었다가 뜨겁다 반복했다”고 했다. 2016년 LG에 입단한 정인덕은 현주엽 감독 밑에서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숙소에 남아 TV로 경기를 지켜보다가 2018년 은퇴를 결심했다. 시행사와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가 강원도 인제의 12사단에 입대했다. 정인덕은 “81mm 박격포의 포다리(15.5㎏)를 들고 행군하다가 허리디스크가 왔다. 시멘트 바닥에서 드리블하며 농구를 향한 마음이 다시 커졌다”고 했다. 2021년 제대 후 LG를 다시 찾아가 연봉 3500만원에 재입단한 정인덕은 새벽 6시30분부터 나와 3점슛을 연습했다.

정인덕 이름도 몰랐던 조상현 감독은 2022년 LG를 맡아 D리그(2군)를 유심히 지켜봤다. 복면을 쓰고 신분을 숨긴 채 목소리만으로 뽑는 예능 ‘복면가왕’처럼 이름값 대신 오로지 실력만 봤다.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전성현과 두경민 대신 정인덕과 가드 유기상(24), 양준석을 중용했다. 셋 연봉을 합하면 3억4000만원이다.
칭찬에 인색한 조상현 감독조차 정인덕을 볼 때마다 “너 다른팀 갈 생각하지 마라”고 말한다. 정인덕은 “워낙 파워가 좋은 안영준 선수의 영상을 보며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 첫 우승을 위해 구단 캐츠프레이즈(LET'S GO CRAZY)처럼 미쳐 돌 정도로 뛰겠다”고 했다. 1997년 창단한 LG는 아직 챔프전 우승이 없다.

이날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뜨거운 도발이 이어졌다. 전희철 SK 감독은 “SK는 ‘스크(영문을 발음만으로 표현한 것)’, LG는 ‘르그’라 불리더라. LG가 SK를 쉽게 본다는 말이 들리던데, ‘르그(느그·너희의 방언)’들이 착각하고 있구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조 감독은 “오해다.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고 팀이라고 말했을 뿐”이라면서도 “홈에서 끝내고 싶은데, 4차전에서 끝낸다고 하는 건 정규리그 우승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라고 말했다. LG 홈에서 치러질 4차전에 끝낼 수도 있지만, 6차전에 4승2패로 우승하겠다는 얘기다.
36세 SK 베테랑 가드 김선형은 13살 어린 LG 가드 양준석(23)을 향해 “내가 나이도 경험도 더 많다”며 “나도 첫 챔프전 때 느낌을 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고 했다. 김선형은 첫 챔프전이었던 2013년에 ‘노장’ 양동근이 이끌던 현대모비스에 쓰라린 4연패를 당했고, 이를 자양분 삼아 2018년과 2022년 우승한 걸 떠올린 거다. 이에 양준석은 “SK처럼 0대4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학생 때 형을 보고 챔프전 무대에 서고 싶었다. 내가 선형이 형보다 패스나 수비에서 앞선다고 생각한다. 세바라기(LG 세이커스만 바라보는 팬들)과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받아쳤다.
정규리그 1위 SK는 4강 PO에서 수원 KT를 3승1패로 꺾고 올라와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현대모비스를 꺾고 올라온 LG는 첫 우승을 꿈꾼다. SK는 득점 선두(22.6점) 자밀 워니를 앞세운 속공 1위(경기당 7.8개)팀이다. SK가 최고의 창이라면, LG는 리바운드 1위(13.1개) 마레이를 세운 최강 방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