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송현] '하지'에 하지 말아야 할 것

2025-05-13

봄, 참 좋은 계절이다. 날씨는 선선하고 햇살은 따뜻하다. 그런데 이 계절은 전력수요로 보면 좀 심심한 시기이다. 냉방도 난방도 필요 없으니 전기 사용량이 연중 가장 낮다.

하지만 태양광은 이때부터 전성기이다. 하지가 가까워질수록 햇빛은 길어지고 강해진다. 태양광 패널은 열심히 전기를 만들고 발전량은 연중 최고치를 찍는다. 문제는 줄어드는 수요와 넘치는 공급이다. 일종의 ‘전력 과잉 시즌’인 셈이다.

같은 전기를 만들어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2024년 실적을 보면 원자력은 ㎾h당 66원, 태양광은 무려 208원이다. 계산기를 두드릴 것도 없다. 세 배가 넘는다. 원자력은 폐기물 처리와 해체 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가격이고 태양광은 정부 보조금이 포함된 ‘포장된 가격’이다.

전력은 모자라도 정전, 남아도 정전이다. 그래서 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해야 한다. 전력 과잉 시에는 현행 제도상 태양광 전력을 우선 공급하게 돼 있다. 결국 봄철처럼 전기가 남아도는 시기에 값싼 원전은 멈추고, 비싼 태양광을 먼저 쓰자는 것인데 이게 과연 합리적인가.

태양광은 친환경이고, 원자력은 덜 친환경이거나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태양광을 우선하고 원자력을 줄여야 할까. 하지만 태양광도 원자력에 비하면 온실가스가 꽤 나온다. 생애 주기 전체를 보면 태양광의 온실가스 배출은 원자력보다 약 3배 많다. 결국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자고 원자력을 줄이고 태양광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하는 꼴이다.

봄에도 우리 산업은 쉼 없이 돌아간다. 반도체·인공지능·철강·화학·조선 등 이 모든 주력 산업의 심장에는 전기가 흐른다. 이 시기에 비싼 태양광 전기를 산업계에 공급하면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 여파는 곧바로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전기요금은 기업의 원가에 포함되고, 원가는 결국 우리 경제의 체력이다.

주중에는 기업들이 비싼 전기를 쓰고 주말에는 공장도 쉬니 수요가 더 줄어든다. 그런데 태양광은 여전히 활발하다. 그럼 누가 전기를 쓰느냐. 결국 가정이다. 낮은 수요, 높은 공급, 높은 단가로 이어지는 흐름은 가정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되는 구조를 만든다. 이쯤 되면 햇빛이 죄는 아니지만 계절과 타이밍을 무시하고 태양광 공급만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자력은 값싸고 이산화탄소도 적게 배출하며 출력도 안정적이다. 하지가 가까워질수록, 전기 수요가 낮아질수록, 굳이 원전 출력을 억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그럴수록 원전이 빛을 발할 때이다.

국민은 깨끗한 전기를 원하지 값만 비싼 전기를 원하지 않는다. 산업계는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여야 한다. 엄마·아빠의 직장이 탄탄해야 가정용 요금이 올라도 감당할 여력이 생긴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미래 세대가 피해를 덜 입지 않겠는가. 그리고 경제적인 전기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전기로 먹고사는 인공지능 서버와 데이터센터 산업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태양광 우선 급전으로 전기요금이 오르고, 그 부담을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 결국 엄마·아빠는 직장을 잃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가정용 전기요금이 안 올랐다고 좋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력 정책, 이제는 원칙대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값싸고 깨끗하며 안정적인 전기를 우선 공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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