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유연성 터놓고 논의해야”
노총, 경사노위도 참여하는 게 마땅
기업에 방어권 허용으로 균형 잡길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취임 후 처음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현직 대통령이 양대 노총 대표를 만나는 건 5년 6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안전망 문제,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에 대해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산업재해, 임금체불과 같은 문제들은 친기업, 친노동으로 바라볼 일이 아니다”며 “제가 편이 어디 있겠느냐”고도 했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는 말처럼 기업과 노동 모두 중요시하는 이 대통령 인식은 틀린 게 없다.
하지만 산업 현장은 딴판이다. 정부가 경영계 반대에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2·3조 개정안)’을 공포하자 이를 틈타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에서 ‘추투(秋鬪)’가 번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그제부터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정년연장과 함께 신사업까지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GM 노조도 이달 초 파업을 벌였는데 회사 측은 소형 전기차 사업을 전격 취소했다. GM 측이 사업 축소에 이어 한국 철수의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HD 현대중공업 노조도 한·미 조선 협력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한 계열사 합병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요구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친노조 법안과 정책이 파업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오죽하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단체교섭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을까.
민주노총이 26년 만에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한 건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직속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도 양대 노총의 참여를 요청했는데 노동계는 수용하기 바란다. 그런데 민주노총 측은 “사회적 대화 참여가 더 큰 노동권을 확대하는 출발점”이라며 “투쟁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강경노조의 입김이 세져 여권의 반기업 입법독주가 가속화하는 게 걱정스럽다. 노조편향의 법과 제도는 대기업 ‘귀족노조’의 기득권만 키우며 외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
노조의 정당한 권익은 보장해야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전체 경제와 산업을 망가트려서는 안 될 일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균형 있게 바로잡아야 한다. 노란봉투법에 상응해 사업장 점거 금지나 대체근로 허용 같은 방어권을 기업에 허용하는 게 옳다. 노동계도 무리한 요구를 접고 경제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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