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금융당국에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며 무사히 두 보험사를 품에 안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 강화'에 힘쓰며 지난해 증권업에 진출했으나 여전히 사업포트폴리오가 빈약한 만큼 보험업 진출이 간절한 상황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5일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 인수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자회사 등 편입승인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우리금융 정기검사에 돌입했던 금감원의 건전성 평가 결과에 따라 인수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결정한 우리금융은 당초 연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금감원이 올해 예정돼있던 종합검사를 지난해 당겨 실시하면서 인수 일정이 밀린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인수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1조2840억원, ABL생명 100%·2654억원이며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보사 중 수입보험료 기준 6위 대형 보험사이며 ABL생명은 업계 9위 중형 보험사로 분류된다.
우리금융그룹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증권업 진출 신호탄을 쐈으나 아직 규모가 작은 만큼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금융그룹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6591억원으로 이 중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4.33%(2조5244억원)에 달했다.
반면 KB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성공하며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민은행 의존도가 56%까지 낮아졌으며 신한금융도 신한은행의 의존도가 77.85%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보험사 규모가 작은 하나금융 또한 증권, 카드업을 운영하며 은행 의존도가 86.22%로 90% 미만으로 조사됐다.
이에 우리금융이 은행 의존도 낮추는 동시에 계열사 간 연계영업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려면 보험사 인수는 필수로 꼽힌다.
특히 보험사 인수시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인구구조 변화에 부합한 상품 제공이 원활해지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고객 서비스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 의존도가 개선됨으로써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로 발이 묶였던 임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통해 경영활동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 짓는다면 임기 내 완전 민영화, 보험·증권 재진출을 모두 성공시키게 된다.
임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2025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올해 경영전략으로 '보통주자본비율 제고를 위한 자산 리밸런싱'과 '14개 계열사가 원팀으로 뭉쳐 시너지 창출'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단, 우리금융이 향후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떨어진다면 보험사 인수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규정된 자회사 편입승인 요건에 따르면 자회사 등으로 편입되는 회사의 사업계획이 타당·건전해야 하고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등의 재무 상태와 경영관리상태가 건전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금감원 검사 결과를 계속 기다릴 경우 인수시기를 놓칠 수 있어 적기에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이 고강도 검사를 진행했으나 현재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아졌다.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직원 제재는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M&A가 무산될 정도의 기관제재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