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는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필수 에너지다. 2050년에 이르면 국내 연간 수요가 2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세계 각국 정부, 에너지 기업은 이미 수소 사업에뛰어들었다. 그러나 작지 않은 장애물도 만났다. 기술 미성숙으로 상용화·대형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소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상당수가 투자 보류를 결정했다. 실제 최종 투자 결정(FID) 단계에 돌입한 저탄소 수소 프로젝트도 매우 적은 실정이다. 에너지시장 조사기관인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발표된 수소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의 프로젝트가 현재 발표단계이거나 사업이 취소됐다.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과 수급을 책임지는 공기업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수소 생태계 전환에 앞장서기 위해 수소 투자를 일찍이 검토했다. 이어 정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뒷받침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수소사업 로드맵을 마련했다. 가스공사는 어려운 재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소 사업을 조정하고 질적으로 내실화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 혼입 실증 추진으로 수소경제 활성화 기여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경제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대량의 수소를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수다. 가스공사는 도시가스 공급배관망을 활용한 수소 혼입 실증으로 대한민국 수소 생태계 전환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수소 혼입이란, 도시가스 공급 배관에 수소를 도시가스와 혼입해 공급하는 것으로, 두 가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수소를 혼입하는 만큼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은 약 4000만톤 이상으로, 수소를 20 vol % 혼입하면 연간 278만톤의 LNG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766만톤에 이른다. 이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63%에 해당한다.
두번째, 수소 혼입은 수소 전용 배관망이 갖춰지기 전에 수소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전국적이면서 효율적인 수소 공급방안이다. 우리나라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84%로, 전국에 이미 구축한 5만 2000㎞의 도소매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하면 수소 전용 배관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또 가정용, 발전용 등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대규모 장거리 수요처에 원활히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수소 혼입은 세계적 트렌드...가스공사, 조기 상용화 위한 실증 가속
도시가스 배관을 활용한 수소 혼입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수소 공급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인식됨에 따라, 미국과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도 도시가스 수소 혼입 추진을 위한 안전성 검증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미래 그리드 프로젝트'를 통해 천연가스 배관의 수소 호환성, 안전성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1단계 실증결과, 수소 혼입농도 2%, 5%, 20%, 100% 환경에서 특이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EU 또한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한 수소 혼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천연가스 배관에 수소 혼입 공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수소경제를 앞당기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수소 혼입 상용화를 위한 실증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는 흐름에 발맞추어, 정부는 2026년까지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 20%를 혼입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가스공사·가스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도시가스 수소 혼입 실증 추진단'을 발족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중·저압, 가스공사는 고압부의 실증을 담당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평택 LNG 생산기지 유휴용지에국내 최초로 '수소 혼입 시험시설'을 구축하여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수소 혼입 안전성 검증에 들어갔다.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 공급을 위해서는 배관 재질 특성, 주변 설비 수용성, 연소기기의 안정성을 두루 고려해야 하기에, 가스공사는 2022년 수소 혼입 기술 컨설팅 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DNV)로부터 사전에 기술 자문을 받아 시설을 자체 구축했다.
가스공사의 수소 혼입 시험시설에는 국내 천연가스 공급 인프라와 유사한 조건의 가스 순환 공정이 구현돼 있어 다종의 배관과 설비를 효율적으로 시험할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 가스공사는 시험시설을 통해 천연가스 주배관 공급시설에 사용되는 배관류 등 공급설비 7종을 대상으로 가스누설 유무, 재료 결함, 진동 및 작동상태 등 30여 개 항목을 평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체 구축한 시험시설의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해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 7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수소 특화단지와 수소도시를 지정하는 등 국내 수소산업 성장을 위한 본격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면밀하고 체계적인 수소 혼입 검증을 통해 안전한 수소 공급 사회 구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수소는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친환경 지속성장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대한민국의 수소 생태계 전환에 앞장서기 위해 앞으로도 선도적인 노력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