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뭐지?”…연세대 청소노동자들에게 배달된 두 개의 상자

2025-09-16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문 앞으로 대형 상자 두 개가 배달됐다. 성인 남성이 들기도 쉽지 않은 무게였다. 안에는 만주(화과자)와 두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 세어 보니 100인 분이 넘었다. 학교 측에서 마련한 지원품은 아니었다.

10년 간의 학교 생활을 끝내고 지난 8월 박사 학위를 받은 사회복지대학원 졸업생 김 모(30) 씨가 준비한 선물이다. 그는 “공부하는 동안 청소노동자분들의 도움이 컸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엔 떡과 음료를 생각했으나 무더웠던 여름을 고려해 만주와 두유로 바꿨다고 한다. 선물은 사전 조율을 거쳐 휴게실로 직접 배달됐다.

이날 단과대학 건물 곳곳을 누비는 청소노동자들이 간식을 나눠 먹으며 숨을 돌렸다. 학위 과정의 마침표와 함께 남긴 흔적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작은 보답으로 전해진 셈이다. 현장 관리소장은 “7년 넘게 근무했지만 학생이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챙겨준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뜻밖의 선물에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가 안팎에선 학교 구성원 사이에 크고 작은 긴장이 있어온 현실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세대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청소노동자 처우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되곤 했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이 임금과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교내 집회를 이어가자, 학생들 일부가 소음 문제를 이유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학생 사회 내부에서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맞선 바 있다.

김 씨는 이미 학교 밖에서 취업해 졸업과 함께 캠퍼스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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