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쓰지만, 사람만이 보도한다"[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

2025-09-17

“미래 뉴스룸은 ‘음반 회사(record labels)’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그레고시 피에호타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수석연구원의 진단이다. INMA는 전 세계 103개국 1001개 언론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95년 역사의 미디어 단체다.

중앙일보 창간 60주년을 맞아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 첫날 행사에서 피에호타는 ‘인공지능(AI)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 뉴스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첫 문을 열었다. 그는 “음반 회사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 성장시키고 콘서트와 같은 기회를 만들어준다”라며 “미래의 언론사는 크리에이터를 프리랜서로 두고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보다 크리에이터 조 로건이 더 큰 브랜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조 로건은 미국 1위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 운영자다. 피에호타는 “언론사 소속 기자보다 크리에이터가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과 접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뉴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변화하는 시대에 전략적인 대응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 증가와 AI 확산 등으로 언론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했지만, 뉴스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피에호타의 진단이다. 그는 “시장은 기술이 아닌 소비자가 바꾸는 것이며 AI로 소비자들이 무엇을 할지 생각해야한다”라며 “언론의 미래 가치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희소성에서 찾아야한다”고 설명했다.

피에호타는 “인간 사이의 만남과 진정성은 AI와 같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라며 “과거 브랜드 뒤에 숨었던 기자 개인을 드러내고 독자와 소통함으로써 진정성과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곧이어 ‘상품 중심 뉴스 혁신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을 한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 미디어컨설팅(IMC) 대표는 ‘AI 기사’가 대체할 수 없는 저널리즘만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쓸 수 있다, 오직 사람만이 보도한다(AI can write, Only humans report)”고 했다.

과거 르몽드·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세계 유수 언론의 혁신 작업을 했던 세뇨르는 “AI 발전으로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 결과를 보던 시대가 끝났고, AI는 수천개의 답을 토해낼 수 있다”며 “대신 저널리즘은 질문할 수 있으며, 또 더 검증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빅테크와 사회 사이에 서 있는 존재’, ‘혼란 속의 정지 버튼’이라고 표현했다. 기술 발전 속 쏟아지는 무분별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확성’을 강조했다. 세뇨르는 “로봇은 기존 학습한 정보를 베껴낼 수 있지만, 원천 소스에 확인 전화를 하지는 않는다”며 “사실을 보도하되 목소리를 담는 것이 언론의 희소성”이라고 짚었다.

‘조직이 바뀌어야 전략이 산다’를 주제로 내세운 얼 월킨슨 INMA 대표는 미디어의 사명을 강조했다. 윌킨슨은 “우리는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역사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사람”이라며 “때론 너무 바빠서 이런 중요성을 잊곤 한다”고 말했다.

“1년에 150일 정도 출장을 다니며 세계 미디어의 도전과 응전을 목격한다”는 그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미디어의 생태계가 바뀌는 지금일수록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여기서 변하지 않는 것이란 ‘저널리즘’이라는 브랜드다.

그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신문을 만들던 과거와 달리 직접적인 독자 관계 구축에 집중해야 하며, 두려움 없이 AI를 안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스마트하고, 독특하며, 가치 중심적이고,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독자들을 어떻게 놀라게 하고, 영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자”고 말했다. 또한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식을 보며, 1965년생인 나와 동질감을 느꼈다”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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