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반도체의 기술 수장이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해 “1년 만 지나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차세대 D램과 낸드플래시 기술에 대해서도 올해 설정한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날 반도체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현황설명회에서 “사석에서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 많이 물어올 때마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연구소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에 속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 구조, 공정 기술 등을 최전선에서 개발하는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주가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최근 회사 안팎에서 삼성전자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주가 역시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14일 4만 9900원에 마감하며 ‘4만 전자’로 떨어졌다. 다음 날 반등하며 5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삼성전자가 4만원대까지 내려간 건 코로나19 국면이었던 2020년 6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송 CTO의 발언에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는 차세대 제품인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에 요구되는 기반 기술이 무리 없이 개발되고 있다고 알렸다. 업계에서는 D램의 성능을 재단하는 기준으로 통상 회로의 선폭을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 상용화된 D램은 10㎚대 제품으로 10㎚대 제품은 1세대, 2세대, 3세대로 진화해 왔다.
다만 D램 회로 선폭이 10나노미터 대 아래로 내려가면 기존 구조로는 미세화의 한계가 있어 새로운 구조(VCT)와 이를 구현할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10나노대 이하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이 수직 구조로 쌓이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날 송 CTO가 긍정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예시로 든 ‘저온 정션’, ‘본딩’ 기술도 새로운 구조에 필요한 대표적인 기술이다.
그는 “저온 정션 기술과 본딩 기술이 모두 올해 목표한 시간표에 맞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션이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반도체 물질이 접합된 경계면을 의미한다. 통상 단단한 벽돌 구조물에 새로운 벽돌을 끼워넣기 위해 구조물을 잠시 달궈서 틈을 만드는 것처럼, 정션을 만들 때 접합 부위에 고온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직 셀 구조에서는 높은 온도가 완성된 층의 회로나 소자를 손상시킬 수 있어 저온 기술이 유리하다. 또한 셀을 수직으로 쌓게 되는 만큼 웨이퍼를 위아래로 붙이는 본딩 기술도 핵심적이다.
그는 낸드플래시 기술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송 CTO는 차세대 낸드인 V10 제품에 대해서도 목표한 성능과 시간에 맞춰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낸드는 인공지능(AI) 연산의 수요가 높아지며 초반부터 수혜를 입었던 D램과 달리 비교적 최근 들어 AI 훈풍에 올라타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300단대 낸드 제품 양산에 나서며 낸드 최강자로 군림해 온 삼성전자의 간담이 서늘해지고 있다. 낸드에서는 그간 제한된 면적에서 용량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수직으로 셀을 쌓는 것이 기술 경쟁의 핵심이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임원이 나서 기술 현황에 대해 솔직하게 소통하고 설명해줘 직원들이 답답한 마음을 푸는데 다소 도움이 됐다”며 “다만 예전처럼 익명으로 실시간 질문을 받던 방식을 없앤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