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작은 자비들 등 5권

2024-11-27

 ▲작은 자비들 

 영미권 최고의 범죄 소설가로 꼽히는 데니스 루헤인의 6년 만의 신작 ‘작은 자비들(황금가지·1만8,000원)’이 출판됐다. 1974년, ‘버싱’ 정책의 도입을 둘러싸고 인종차별의 광기에 휩싸여 있던 보스턴의 모습과 그 속에서 딸의 복수를 감행하는 어머니의 고군분투를 그린 소설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다층적인 탐구,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에 대한 세심한 묘사, 베트남 전쟁 이후의 후유증을 세밀하게 그리며 평단과 언론의 인정을 두루 받았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을 보고 분노하고 증오하는가에 대한 거장의 대답인 셈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여름 도서로 추천하기도 했고, 애플 TV에서 드라마화될 예정이다.

 ▲몰락의 대가 

 소빙하기의 절정이었던 1960년대 초 중국, 기후위기와 팬데믹, 치솟는 물가와 인플레이션의 치명적인 조합이 명제국을 한순간에 몰락시켰다. 신작 ‘몰락의 대가_기후위기와 물가 그리고 명제국의 붕괴(너머북스·2만6,500원)’는 명 말의 정치사가 아니라 어찌 보면 평범한 자료인 ‘물가’에 초점을 맞춘다. 물가가 기후 변화의 결과만이 아니라 환경 재앙을 감지하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기후사와 물가사를 동전의 앞뒤처럼 결합하여 기근 시기 곡물 가격이 환경사적 증거로 왜 중요한지, 단기적인 환경 충격이 시장과 사회를 어떻게 붕괴시킬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산 

 도시와 환경이라는 공간이 그 안의 인물들에게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과 그 안에 속한 인물들의 치열한 분투를 끈질기게 그려온 김기창 소설가가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마산을 배경으로 한 ‘마산(민음사·1만8,000원)’이다. 이번 소설의 배경이 된 마산은 3·15 의거와 1987년 6월 항쟁 등 대한민국의 역사적 분기점을 함께 호흡해 온 도시다. 마산에 담긴 50년 즉, 1970년대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세 세대에 걸친 인물들의 서로 닮은 삶과 슬픔은 작가가 그동안 천착해 온 ‘공간’이라는 주제가 가장 핍진하고도 처절하게 그려진 하나의 정수가 되었다.

 ▲액트 나우 

쓰레기 없는 삶에 앞장서 온 소일 작가의 신작 ‘액트 나우(판미동·1만8,000원)’가 나왔다.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반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환경·사회·경제의 도전 과제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세계 공통의 17개 목표와 일상의 실천을 연결하는 시도는 “인류와 지구의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는 유엔의 선언이 현실과 유리되어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빈곤 타파, 생태계 보호와 같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과제들은 작가의 일상에서 저탄소 밥상, 탄소 가계부, 소비 디톡스 등의 소소한 실천을 통해 구체화되고, 전 지구적 목표는 어느새 우리의 평범한 생활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다.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 

 진정성 없음을 인정하는 모습조차 진정성이 되는 세상, 모두가 진정성을 위해 행동하지만 그 누구도 진정성을 완벽하게 충족할 수는 없다. 이런 시대에 진정성이 과연 무엇을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재고해 보는 것은 시대의 혼란을 현명하게 헤쳐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1장 ‘셀럽’부터 시작해 6장 ‘고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왜 진정성에 집착하는가(푸른숲·1만8,000원)’는 구체적인 대상에서 추상적인 주제로 나아가며 진정성을 탐구한다. 셀럽 문화, 예술 창작, 소비 문화, 정체성 정치 등 풍부한 예시를 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정성의 모순을 해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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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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