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에 대한 대안으로 원자력을 꼽았다. 그는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깨끗한 재생에너지’이자 ‘기회’로 칭하며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였다. 더불어 전날 발표한 AI 스마트글래스에 관해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수준의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피차이 CEO는 21일(현지 시간) 연례 최대 콘퍼런스 I/O 2025 이틀차를 맞아 미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류는 이미 원자력, SMR, 지열 등 깨끗한 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기술을 갖고 있어 현 전력 수요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원자력, SMR, 핵융합, 지열 등에 강요되고 있는 투자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차이 CEO의 발언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가 풍력·태양열·지열 등 순수 재생에너지 외 원자력 또한 탄소절감을 위한 ‘친환경 핵심 기술’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읽힌다. 구글은 2015년 RE100에 가입했고 2030년을 목표로 넷제로를 추진 중이다. 그는 “구글은 미 네바다주에 일부 지열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보유 중이고 2030년부터 시작하는 SMR 계약도 체결했다”며 “나는 그것(SMR)을 기회로 본다. 이 모든 투자가 ‘재생에너지 함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미 SMR 기업 카이로스파워와 2030년부터 총 500MW(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도 원자력 전력 공급 계약을 맺거나 원전으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를 사들이며 친원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날 피차이 CEO는 AI 수요 폭발로 1년 새 구글의 총 토큰(AI 연산단위) 처리량이 50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곧 전력 사용량의 폭증을 의미한다. AI가 모든 서비스에 녹아들며 앞으로 전력 수요는 끝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구글도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고도화한 AI는 사용자와 일상을 함께하는 모바일 플랫폼 혁신을 향한다.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해 전날 첫 공개한 스마트글래스가 선두에 선다. 피차이 CEO는 “디자인(설계)이 매우 복잡해 삼성전자와 휴대전화와 유사한 방식으로 협력 중”이라며 “안드로이드는 항상 생태계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안경을 썼다는 사실을 ‘잊게’하고 패션으로 기능해야 한다”며 “파트너들과 긴밀한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총괄사장은 “안드로이드의 최고 장점은 개방성을 통한 파트너 혁신”이라며 갤럭시 AI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플랫폼과 스마트폰,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AI 결합은 구글의 장점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미 정부를 비롯한 각국의 반독점 규제 칼날이 구글을 겨냥 중인 탓이다. 피차이 CEO는 "구글은 20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해왔고 외부 기업에도 내부와 동등한 AI에 접근토록 하는 ‘친경쟁’ 기업’이라며 “유럽연합(EU)에서는 규제의 복잡성이 서비스 지연을 초래하고 있으나 최근 지도자들과 대화에서 AI를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느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