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빛 바닷속, 시소를 타는 아이들이 있다. 물속인데도 아이들의 얼굴은 힘들긴커녕 세상을 초월한 듯 표정이 없다. 그래서 다들 이 작품을 두고 AI가 힘을 보탠 이미지라 쉽게 단정 짓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진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미국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사진가 닉 브랜트(Nick Brandt)가 수중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남태평양 피지섬 해안가 바닷속이며 모델로 등장한 아이들은 실제로 그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오니(Onnie)와 키넌(Keanan)이다.
인간의 삶과 살아가는 공간이 뒤틀려버린 곳, 왜 닉 브랜트는 바닷속을 선택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의 관심이 기후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파괴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과 동물의 모습을 담은 글로벌 시리즈 ‘The Day May Break’를 발표해 오고 있으며 이 사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위기를 전하는 그의 시리즈 중 세 번째 장 ‘SINK/RISE’의 작품이다. 닉 브랜트는 이 시리즈를 통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는 피지섬 주민들의 삶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들은 해수면보다 고작 몇 미터 높은 섬들이 많아 해수면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거기다 경제 활동 역시 섬을 둘러싼 바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태평양 지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고작 0.03% 정도이고, 피지섬 역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아주 작은 곳 중의 하나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원주민들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이 사라질 거라는 걸 분명 체감하고 있다. 혹자는 이 작업을 두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그러니까 종말 이후의 느낌이라고 말하지만, 닉 브랜트는 분명 종말 이전의 상황이라 힘주어 말한다. 이것이 바로 ‘SINK/RISE’ 프로젝트가 보여주려는 초현실적인 현실이다. 시소를 타는 오니와 키넌, 그들의 삶은 어린 시절의 순수한 동심 대신 미래에 대한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