肉雖多 不使勝食氣(육수다 불사승사기)

2024-09-29

공자는 고기를 많이 먹더라도 밥 기운을 이기게 하지는 않았다. 여기에서 ‘식(食)’은 ‘먹다’라는 동사가 아닌 ‘밥’이라는 명사로 쓰여 ‘밥 사’로 훈독한다. 공자는 채소와 육류의 조화로운 식사를 실천한 것이다.

최근 늘어난 육류 소비가 생태계에도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한다. 면적에 비해 많은 가축을 사육하다 보니 초원이 망가져서 이웃 나라까지 흙바람이 불다가 결국 흙비가 되어 오염 물질과 함께 땅으로 돌아온다. 연한 살코기를 얻기 위해 가둬 놓은 채 철분 공급을 제한하는 송아지 사육, 제대로 서 있을 공간도 없는 닭 사육…. 인류의 죄악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 같다. 잡아먹을 때 잡아먹더라도 사는 동안은 제대로 살게 해야 하는 게 인류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 아닐까? 축사에 갇혀 종일 지루하게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는 소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저 힘 좀 쓰게 해주세요! 불평 안 할 테니 제발 밖에 나가 일 좀 하게 해주세요!”

자연 속에서 얻은 한 톨의 쌀, 한 점의 고기라도 낭비 없이 조화롭게 섭취하는 절제된 식생활이 인류와 자연을 공생하게 할 것이다. 고기 굽은 불판 앞에서 ‘육수다, 불사승사기’라는 공자님 말씀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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