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100세의 행복
이용만(92) 전 재무부 장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영문도 모른 채 회사에서 잘렸으니 오죽 답답하고 억울했겠어? 알고 보니 ‘전두환 처삼촌 인사 거절죄’ 때문이었지.”
근현대사 책에 나오는 사건은 아니다. 그가 붙인 이름이다.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재무부 차관보로 일할 때 전두환의 처삼촌이 상공부 산하기관 사장으로 취임해 인사를 왔는데 바빠서 거절한 것으로 잘린 일을 말한다.

인생 큰 위기의 순간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힘드니까 어떻게든 잡념을 떨쳐보려 운동을 했어. 오래 살려고 한 게 아니야. 그저 몸을 혹사해 잠이라도 자려고 한 거였는데 그게 인생을 바꾸더라고. 뭔지 궁금해? 유튜브에도 공개 안 했는데….”
궁금증을 자아내며 밀당(밀고 당기기)까지 한다. 왜 그가 지금 국내 최고령 유튜버로 20·30대를 사로잡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용만은 1960년대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무진으로 추진했고, 1990년대 재무부 장관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그런데 지난 5월 92세에 유튜버로 데뷔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보니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발, 60여 년 전 일을 어제처럼 떠올리는 기억력, 20대 구독자를 홀리는 유머와 재치까지.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유튜버로 활동하려면 건강은 기본이다. 그는 일주일에 2~3번 골프를 치고, 매일 1시간 30분씩 헬스장에서 운동할 만큼 건강하다. 보청기도, 틀니도 안 쓴다.
〈100세의 행복 2〉가 더욱 강력해져 돌아왔다. 전성기 못지않은 두뇌 능력과 체력은 기본, 각자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리더인 파워에이저를 찾아 나섰다.
‘헬스장 개조한 듯’ 운동기구들의 정체
그간 취재 경험으로 느낀 파워에이저의 공통점이 있다. 건강 비결을 물으면 하나같이 “딱히 없다”고 답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없어서가 아니다. 삶 전체가 곧 비결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굉장히 많다는 의미다.
이용만도 처음엔 “오래 살아봤자 세금 낭비다. 비결 같은 건 없다”고 했다. 그럴 리 없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실천해 스스로 모를 뿐. 사무실 입구에 놓인 짐볼을 보고 여기가 ‘건강 비결 창고’란 것을 직감했다.
역시나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건강 비결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전쟁 중 총상을 입어 생긴 디스크를 고친 특별한 운동 기구, 보청기 없이 살게 해준 마법의 짐볼 등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역대급 운동법이 쏟아졌다.

평생 경제와 금융을 다룬 그는 건강 관리도 정확하고 과학적인 방법을 고집한다. 여기에 경험으로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했다.
“장관님, 오래 살 욕심 없다더니 이렇게까지 하신 거예요?”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하니까.”
첫 번째 비결이다. 꼿꼿한 허리와 튼튼한 하체를 만든 운동이다. 6·25 참전용사인 그는 지금도 척추에 총알이 박혀 있다. 이때 입은 부상으로 어깨가 내려가고 목뼈가 휘어 디스크를 앓았다. 아무리 병원을 다녀도 낫지 않았던 게 이 운동 덕분에 깨끗하게 나았다고 한다.
“미국 의사가 추천해준 건데 난 여기서 그치지 않았지. 이렇게 누워서 꼭 하는 게 있어. 이게 제일 중요해.”
※더중앙플러스 독자들을 위해 이용만이 직접 보여준 기적의 운동법들은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