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서울시의회 ‘회계사 밥그릇’ 세무사회에 반박…회의 규칙 봤더니 논란 가열

2025-03-13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서울시의회가 최근 의결‧통과한 민간위탁 감사 조례안에 대해 ‘회계사 밥그릇 지키기’란 한국세무사회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안 내용은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을 회계사에게만 맡기는 것이었다. 회계감사는 회계사만이 할 수 있다(이하 후속 조례).

개정 이전 조례에는 세무사도 맡을 수 있도록 했다(이하 이전 조례).

이에 세무사회는 12일 세무사신문을 통해 서울시의회가 ▲2월 5일 의장단 및 여야 상임위 연석회의에서 후속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후속 조례 개정안을 의장이 직권 상정해 ▲반대토론을 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고 ▲다수 의석을 가진 국민의힘 시의원들로만 억지 표결을 추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반대의견 수렴을 위한 의결 절차를 어겼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12일 해명자료를 내고, 세무사회의 주장에 다음의 취지로 반박했다.

2월 5일 서울시의회 의장단 및 여야 상임위원회 연석회의는 열린 적도 없으며, 14일 연석회의가 열리긴 했으나, 연석회의는 조례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아니며, 논의한 바 없다는 것이다.

3월 10일 본회의에서 후속 조례 개정안이 의결‧통과된 건 맞으나, 의장이 직권상정한 것은 아니며, 규정에 따라 일일 의사일정을 의장이 작성할 뿐이라고도 전했다.

반대토론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반대토론을 신청한 건 본회의 개의 후 110분이나 지난, 표결 선포 후에 한데다 사전에 반대토론을 신청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억지 표결 관련하여 후속 조례 개정안의 표결 소요 시간은 72초 걸렸다는 이유로 충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외에 이전 조례 관련 대법 판결은 금융위와 서울시의회의 다툼이란 쟁점이 있으나, 해당 대법 재판은 적법한 과정으로 진행되었기에 시시비비를 다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측은 “한국세무사회의 서울시의회에 대한 거듭된 거짓 주장이 도를 넘고 있다”라며 “서울시의회는 세무사회가 허위 주장으로 서울시의회와 의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응분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75명, 더불어민주당 36명 등 총 1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쟁점이 된 후속조례안의 경우 재적 62명 중 국민의힘 45명, 더불어민주당 17명이었으며, 찬성 37명, 반대 2명, 기권 23명으로 가결됐다. 무더기 기권이 나올 정도로 쟁점 법안이었던 셈이다.

◇ 본회의 의결 절차 정당성

지방의회 의장 직권상정 관련한 법규정은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법 제83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회의 운영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한 것 외에 필요한 사항을 회의규칙으로 정한다.

서울특별시의회 회의규칙(이하 규칙) 제21조에 따르면, 의장은 위원회 안건에 대해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으며, 위원회가 이유 없이 정해진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타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후속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로 의결, 정해진 심사 절차를 거쳤다. 따라서 이 부분만 보자면, 직권상정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무사회는 본회의 반대토론 및 본회의 일정 관련 부당절차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거친 본회의 상정 법안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의사가 있는 시의원은 반대토론을 할 수 있다.

규칙 제27조에 따르면, 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안건은 사전에 질의‧토론의 신청이 없을 경우에는 질의‧토론을 생략한다. 그럼에도 시의원은 표결 전 질의‧토론을 할 수 있으며, 상정안건에 대해 찬반 취지 및 질의‧토론 신청 의사를 의장에게 사전통지해야 한다.

서울시의회 측은 표결 전까지 의장이 반대토론을 신청받은 바 없다고 주장한다.

세무사회 측은 반대토론을 신청할 수 없는 합리적 사유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의장이 후속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 표결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하자 박유진 시의원이 반대토론 의사를 표명했으나, 이미 표결 시작된 후 반대토론 의사를 밝혀 시간상 신청서를 제때 작성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세무사회의 주장대로 반대토론을 신청하지 못할 만한 합리적 사유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규칙 제15조를 보면 의장은 본회의 개의일시‧시각, 심의대상 안건의 대강을 당일 의사일정을 작성하는 일을 담당한다. 요약하면 언제 어떤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지를 담은 걸 당일 의사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의장은 의사일정을 지체 없이 의원에게 통지하고 전산망 등을 통해 송부한다.

규칙 제11조에서는 본회의 개의시각을 정할 때는 시의회 의결을 거치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결정하며, 이를 변경할 경우도 같은 절차를 거친다. 다시 말해 의장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

의장이 의사일정 작성을 담당하는 이유는 시의원 등에 미리 의사일정을 알려 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질서있고 능률있는 의사진행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세무사회 측은 당초 양대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후속 조례 개정안 상정에 반대했으며, 이로 인해 의장과 교섭단체 대표 간 본회의 개의시각과 관련, 협의된 바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측은 의장이 당일 의사일정을 정할 수 있다며, 규칙 제15조를 강조하는 듯한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다만, 규칙 제11조 관련하여 의장이 본희의 일정을 정함에 있어 교섭단체 간 일정 조율 절차를 거쳤는 지에 대해선 해명자료에 별도의 주장이 없었다.

따라서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려면 추후 양측이 명백한 사실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되는 쟁점사실은 의장이 양 교섭단체 대표와 본회의 의사일정 및 상정 안건을 협의하였는지, 의장이 모든 시의원들이 의결에 참여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당일 의사일정을 전달하였는지, 의장이 모든 시의원에게 후속 조례 개정안 본회의 상정 사실을 언제 어떤 수단으로 통지하였는지 등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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